남도땅천형의섬
소록도로가는길.
가도가도황토길이라던그길
걷다보면발가락이한개없어지던
문둥이길.
내기진한발길아래에도
내정체성이하나둘
스러지던길위에서..
이렇듯먼먼
천형의땅으로짚어짚어
내려가는길.
야윈볼을스치는바람결에
소금기배인슬픔이
진득진득묻어나
손바닥으로쓸어보면
하얗게표백되어진
……
천형의아픔.
오늘꼭가야할아무데도없는
낯선이길머리에쩔룸쩔룸
다섯자보다좀더큰키로
나는섰다.
문둥이가모여살던
산아래에도
겨울볕이따사롭다.
보리밭이랑에서
어린아이간을꺼내먹던
유년의어느봄날.
문둥이는
볼우물이패여
광대뼈가솟아오른야윈얼굴이었다.
도대체웃음이란얼마나
가볍게스처가는시장끼냐
도대체울음이란얼마나
짖궂게왔다가는포만증이냐.
작은성당언덕배기에서
허기진점심을에우고앉았는데
때아닌눈발이차앞유리로亂舞하다.
얼마나간절하게
하느님을찾고울부짖었던삶이었을까.
타고나길사람으로태어나질못하고
일그러진얼굴에쩔둑이는발.
문둥이는
밤에만떠나는열차를타야만했다.
먼먼길을
걷고걸어서
당도한
천형의땅.
소록도.
비로소
내얼굴이유리창에비춰보인다.
야위고야윈
나란도대체누구였단말인고..
지나는거리마다쇼윈도유리창마다
얼른내가나를알아볼수없는
나의얼굴.
천형의척박한섬에도
꽃은저리피는데..
꽃이핀들무얼하는고.
가도가도눈자위붉어지는
문둥이길.
어스므레한낙조.
마음깊숙한나락으로
자꾸만떨어지는
먹먹함.
한번도웃어본일이없다
한번도울어본일이없다
웃음도울음도아닌슬픔
그러한슬픔에굳어버린나의얼굴.
소록도에도
달은뜨고.
천형의땅에도
절기따라
봄은올진데..
천리먼길을
떠나온나그네된
쓸쓸한심사.
입속으로웅얼거리는
문둥이詩.
전라도길
가도가도붉은황토길
숨막히는더위뿐이더이다.
낯선친구를만나면
우리들문둥이끼리반갑다.
천안삼거리를지나도
쑤세미같은해는서산에남는데
가도가도붉은황토길
숨막히는더위,
속으로절름거리며가는길.
신을벗으면
버드나무밑에서지까다비를벗으면
발가락이또한개없다.
앞으로남은두개의발가락이잘릴때까지
가도가도천릿길전라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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