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의 딸


그니의딸이시집을간다고

청첩이날아왔다.

그해봄.

보현교를건너돌투성이길을올라서면서

먼산안개가서서히걷히며

절이한눈에들어왔다.

절앞큰터에는노송이그기개와위용을자랑하는데

절안마당으로는

눈부신봄볕이가득하니쏟아지고있었다.

그니가비구니가됐다는소식을듣자마자

바로뒤미쳐부음소식듣고찾아나선길.

요사채뒷뜰엔여린싹들이뾰족히돋아나던

이른봄날이었다.

집안에서들무척이나결혼을반대했건만

종당에는몹쓸불치병에걸려

산으로들어갔다는풍문만남겨둔채로

조막만한딸을차마떨쳐놓고

긴2년여를무소식으로지냈었다.

참으로깨끗하니예쁜얼굴이었다.

그니의마음씀씀이는순박한시골아낙의그것이었다.

비구니가되고서딱한차례

한점피붙이인딸을보러내려왔었단다.

어찌그어린새끼를두고차마눈을감았었는지..

남자에게배반당한아픔이병으로왔었을까.

병은급진전돼갔고

그니에게서는음습한죽음의그림자가

차츰드리우고있었으니..

종당에는그리되고말았다.

생시에는항상볼그족족하던두볼은

창백함으로변해버렸고

두손을가슴으로가즈런히합장하듯모아놓고

잠자는듯반듯히누웠는데

유독눈두덩이만은젖은듯부어있었다.

같이데려간그니의어린딸은

봄볕이쏟아지는툇마루에서우유가안나온다고치얼대고울었고

어른들은어른들대로

불쌍하고가련한그니의죽음을슬퍼하며울었다.

충청도양반가문의반듯한둘째딸였던그니.

그토록사랑했다던그남자는

정작죽음의문턱에서조차함께하지못했다.

진달래가온산을불타듯흐드러지던
찬연한그봄날에

그니는그렇게이승에서저승으로길바꿈을한것이었다.

뼈를산과강에나눠서뿌려줬다.

이강산훨훨날아어디든지가라고…

집안과친척들을매몰차게버리고

사랑찾아서떠나갔듯이

그니의마음따라어디든지가라고

봄바람을타고멀리멀리날아가도록이리저리흩뿌려줬다.

한창사춘기의열병을앓던그해

찬연토록우울했던봄.

그니의한점피붙이인딸이

시집을간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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