純사랑

아득히먼20代의푸른

어느젊은날.

신촌역에서출발하는열차에올라

몇정거장을덜컹거리는소리를듣다가

우리는운정역에서내렸다.

운정역에서기찻길을따라걷다가

어느외나무다리에앉아

사랑을꽃피우던그해

그봄날.

그운정역도사라지고

그사랑도가버리고

그추억만이남아

외나무다리에서서성이게하는이봄날.

그외나무다리에서날아오르던

두마리의학이

건너산등성이를날아넘던풍경.

망초대궁길가양으로빼곡히피었던농로길.

산비얕외딴집에서들려오던

정오의라디오방송진행아나운서의

나른한봄의멘트.

이모든흘러간것에대하여

이세상의아름다운시절에대하여

나마져도착하디착했던순수시대에대하여

무연히기억의저편을더듬다.

멀고먼사람

멀어진사랑.

이찬연한봄날

다시금신촌역에서

기차를타고

개찰구를빠져나가

책을읽는여인의뒷모습을바라보다가

차창밖안개짙은풍경을바라보면

다시금그날그운정역에도착할수있을까?

안개가득하던

평행선철길을따라가다보면

그옛날안타까운사랑이

다소곳이나를맞아줄까?

얼어붙은강가건너편

어둑한저저녁길을넘어가서는

이내돌아올줄모르는

젊은날의純사랑.

이봄들어

그사랑도세월만치또늙어가겠지?

서럽디서러운젊은날의편린.

아,외나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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