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

젊은날.

내나이37세.

저사진속의시절이무연히다가앉는

아직은추위가가시지않은봄날의아침입니다.

저사진속의장소를추억해봅니다.

퇴계원지나동구능

저주차장앞으로얕은시냇가였지요.

봄풀이파릇하게솟아나는냇가를건어뛰어

토속음식점에들었습니다.

손목에풀꽃띠를시계처럼옹쳐매고

싱그러운미소를지었던가요.

그리고술을한잔했던가요.

안했던가요.

아홉기의능을다돌아봤던가요.

아님중간에돌아나왔던가요.

그젊은날.

하루왼종일책속에뭏혀지내느라

머릿속에는언제나까닭모를사유로인하여

눈은먼데산천을가고

마음은봄하늘구름위에닿았습니다.

흰와이셔츠칼라가

아름답던청년이었습니다.

인생에서황금기가존재한다면

아마저시절이었을겝니다.

무엇을생각하던

어떤음악을듣던

무슨책을읽던

우물속같이깊어지던심연저편의허기.

녹음이짙어지는나뭇잎사이로

낮별이무수히뜨던

눈부시게아름답던시절이

어느결에아득히별과같이멀어져갔습니다.

다시금자화상을들여다봅니다.

순수했던청년.

아름답던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한시절이지나

이태가흐른연후의내나이39세.

날이면날마다

내가슴으로는강물이흐르고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마음의곡절이누군들없겠습니까마는

미사리외딴강가에서

신발가득들어올린강심의모래알들.

태양은강물위로쏟아지고

서러움으로희뿌옇던시야가득

무지개빛아롱대던속눈썹.

그리고

신새벽을돋아떠났던강원도두메.

마음의지도를가늠잡아도착한홍천강에

비는내리고

비는내리고.

은모래솰솰.

눈앞이뵈지않도록쏟아지던소나기속에

고삐매인어미소음머!!~

먼산으로부터귓가로다가앉아서럽던먹뻐꾸기.

수많은나날들에무엇이서러웠던가요.

채워도채워지지않는허기짐으로

저사진속한시절.

서럽고도서러운서른하고도아홉이었습니다.

저사진속장소를추억합니다.

보리수그늘아래앉아

모래톱에해오라기같이외로웠던

젊은날의한시절이었습니다.

이제와돌아보니

까마득히멀고먼그리움입니다.

이찬연한봄날.

사진속의자화상을

무연히바라봅니다.

카프카의편린과

쇼펜하우어의염세철학서와함께

서럽고도서러운서른하고도아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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