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보길도에서
연꽃의화판같은지형의아늑한부용동에들었다.
동천석실(洞天石室)가는길에만난할머니..다리를지나서개울
물을건너면산길이나타난다고알려주시며허리를펴시곤지팡
이로아스라히먼절벽위산허리를가리킨다.
"할머니!~어디를그렇게바삐가세요?."
"짐승들멕이주러이렇게올라가오.보이라!풀이피게안좋소?"
"할머니참좋은데사십니다."
"즈짝을건너다보요.이리풍갱이안좋습니까?"
절벽위에한칸짜리정자를짓고서책(書冊)을즐기며바위사이로
솟아나는석간수(石間水)를길어다드셨다는석실은바위투성이
의좁다랗고가파른산길을올라야했다.바위에물이흐르는깎
아지른벼랑을엉금엉금오르니..확트인시야와서늘한골바람
이이마의땀을걷어갔다.한사람이앉아서서책을할수
있는작은정자에앉아보길도의제일경이라는이곳에올라격자
봉위로솟는달을완상하셨다는선생을생각했다.일설에의
하면저아래로멀리보이는낙서재로부터이곳석실까지도르
레식줄을가설하고음식을나르면서까지이곳의풍광에취하여
저아래를하염없이바라보시며깊은사념에잠기셨다니..나또
한바위에올라앉아정좌를틀고턱고이고앉아오래도록바다를
건너격자봉을넘어서불어오는봄바람을맞고앉아있었다.동천
석실작은정자에앉아책을펼쳐놓고세속적인속박에서벗어나
신선처럼자연에동화되어사셨던..조선시대선비의풍류를한
껏음미하면서..고산의6세외손인다산(茶山)께서이곳보길도
를돌아보며지으셨다는짧은시를읊어봤다.
안개싸인대숲빛은
황폐한대에고요하고
바람에떠는송뢰소리
옛집에허허롭다.
산을내려와건너는맑은냇가에다리를쉬고앉아암벽사이마다
석란(石蘭)이핀다는그맑은석간수(石間水)가흐르는물을손바
닥으로떠서마시며..산중턱동천석실의선경(仙境)을다시한
번올려다봤다.
다시길을되짚어먼지나는길을걸어내려오다가이마가땅에닿
을듯하게지팡이에온몸을의지하고몇발짝을걷다가쉬고또쉬
곤하시는할머니를만나다쓰러져가는초가집이건너다뵈는보리밭
고랑에앉아이런저런한담(閑談)을나눴다.
"저기초가집에사람이살던가요?"
"히휴!~두노인네가사는디..그기들여다보면눈물이나오."
"……"
"왠시름이그리많은지..바깥양반은술로만사오."
"……"
"난즈집만건너다보면목이메이오."
"할머니연세가어찌되셨어요?"
"올해가꼭구십이오.그래도배꼬리(똥배)가없어서이리밭매러아니가오."
"아니?밭을다매세요?."
"막내손주가마흔서이인디..그래올개몇이오?
"허허!~물이맑고공기가좋아서할머니처럼이렇게오래장수들하시나보지요?"
"여그가늙으막에살기는참좋은디…"
할머니의마지막말씀을생각하면서한참을걷다가폐가로방치된
낡은초가집에조심스레발을들여놓았다.방둘에부엌하나.
말그대로오막살이집.주인떠난부엌에는개다리소반하나걸
렸고..1989年에서멈춘달력엔썰물이빠져나간갯벌위에외로운
뗏마선한척이걸려있는그림만이텅빈집을지키고있었다.삐
걱이는툇마루를내려서서..봄볕이밝게쏟아지는마당귀퉁이의
허물어진화단에핀이름모를들꽃과..돌담장옆의복사꽃의화사
한모습을처연한심정으로바라보다가..무심하게푸르러가는집
앞보리밭이랑을가로질러나왔다.
터덕~터덕~걷는길은끝간데없고..택시도오지않는먼길을발
밑의운동화끈만바라보며걸었다.선착장에도착하여두끼식사
를빵한조각으로에우고..보길도를떠나는[완도카페리5호]
선상에올랐다.
보길도가점점멀어지면서..시끌벅적한관광객들을피해배의맨
꼭대기인조타실지붕위의작은공간에올라가정좌를하고앉아
탁트인봄바다를바라보면서..처음에는낮게..나중에는목청껏
소리높여노래를불렀다.
♬~두둥실~두리둥실~배떠나간다
물맑은봄바다에배떠나간다
이배는달맞으러강릉가는배
어기야~디어라차~노를저어라
순풍에돛달고서어서떠나자
서산에해지면은달떠온단다
두둥실~두리둥실~배떠나가네
물맑은봄바다에배떠나가네~♬
-홀로떠난여행지보길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