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들

에미와애비가나들이가자구허는데을매나반가운지.

맨날방구석에만있으니정신이어디루갔는지두모르것구

이노무치매가사람을어지럽혀시절이어찌되는지

봄인지겨울인지모르것는게점점정신이혼미해지니이를우짜믄좋을것인가.

오늘은에미가목욕을시켜줘서그런지

참말로오랜만에말끔한새정신으로나들이가네.

나두모르게대소변이나오고내코로는냄새를맡지못하여

이몸댕이를추단하는일이곤역스러운것이사는게사는것이아닌데

예수님은왜이리이목숨을길게하시는지.

봄이돌아와한해농사를준비하느라들판은분주하건마는

어찌타나는이한몸댕이건사조차못하고정신이자꾸가뭇하니어지럽고멀어지니

자식들한테도면목없고내몸이자꾸귀찮아져.

금방내가뭘했는지

뭔말을들었는지.

들판은피어나는데마음은점점잃어가는정신을붙잡고

구차하니가는시절이야속하기짝이없네.

저꽃이뭔꽃인지도잊어버려에미가자꾸알려주는데도금새잊어버리고

뭔꽃이냐고또되쳐묻게되네.

옥시기가벌써고개를내밀었네.

이쁘기도해라.이게뭔소리여.논배미개구리소리도가찹게들려오네.

벌써모내기철이왔단말인가.이뭔조화여.

아,참좋다.보리밭이랑과들판의풍경이이리좋은줄은예전에미처몰랐네.

눈만뜨면새벽이슬몸배바지로훑으며강남머루밭이며따비밭으로나앉아

시어머니눈치로꽃이피는지새가우는지도모르고

젊은시절의봄을보냈었네.

이제세상이쁜것을알아서놀러도댕기고싶었는데

디스크허리병에지팡이의지하니그도여의치가못했네.

맛난것지천인세상이되었어도

이빨몽땅뭉그러져맞춘틀니가덜컥덜컥,잇몸이쫄아들어그나마있으나마나.

저기들판에섯는중늙은이저양반은뭔맴으루삽자루에의지하구저리섯는가.

뒷태를자세히보니나같이몸댕이가많이아픈가보네.

그래도나보담조금젊은당신은좋것소.

농사지을들녘을바라보는그맴에이리봄비가훔뻑적혀주니살맛이나것소.

나도그만치만되어보면더없이좋것네.

수족을꿈적거리지못하는이답답한심정을

도대체어디에다하소연을해야젊을적몸댕이로돌려주려는고.

오늘새벽에큰딸이죽었는데뭔영문인지도모르고애비에게물어보니

당최뭔소리를하는지모르것다구어리둥절하니

분명같이늙어가는큰딸이죽어서맴이싱숭생숭하굼서나.

이게뭔냄새여.

향기엄청좋다구에미가꽃송이를꺾어손에쥐어주는굼서나

라일락이라는데도대체냄새를모르것네.

꽃모양만물끄러미바라보려니고얀히맴이슬퍼지네.

아..저건뭔지알것네.

내젊은날을함께한고추가아닌가베.

그많은고추밭과

매도매도끝이없는고추밭고랑.

혼자노래도부르고혼자소리를해가며뙤약볕아래바람한점없이

머리에쓴수건으로얼굴을훔쳐가며앉았을적에

눈물인지땀인지참많이도혼자서러웠던고추밭일세.

아..저리도이쁜꽃이있단말인가.

내젊은시절도저렇게이뻤던시절이있었을까.

생각해보건데없지싶구먼.

눈뜨면밭고랑에앉았고어두워지면엉클어진머리를수건으로감싸고

어둑한마당으로들어서면새끼들이제비처럼마루끝에나란히앉았다가

쪼르르~치마폭으로감켜들면하루의피곤이모두풀리곤했어.

이쁘기는커녕그시절이지긋하여생각키도싫구먼.

과수밭에민들레가다닥다닥깔렸네.참이쁘기도해라.

허리만괜찮다면뜯어다가나물이라도무쳤으면좋겠네.이젠모든게그저귀찮기만하네.

배꽃이흐드러지게도피었네.

이젠뭐가이쁜것인지뭐가좋은것인지도모르것어.

좋은것도없고나쁜것도없고

맛난것도없고그렇다고딱히맛없는음식도없고

반가운사람도없으니보고싶은사람이이젠누구인지도모르겠네.

그저어여하느님이부르셔서잠자듯저세상으로갔으면더바랄것이없겠네.

그저오늘같이만정신맑아졌으면참좋겠네.

자꾸만정신이흐려지니계절도모르겠고

주일도모르겠고

내이름도모르겠고

내나이가몇인지도이젠잊었네.

저논갈이들판을보니봄은봄이가벼.

세월이가긴가는구먼.

아..자꾸만흐릿해지는정신이싫네.

오늘아침큰딸이죽었다는데애비와에미는아니라고하니또그냥그런가부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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