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편지

이젠당신도나이가들어가나보오.

오십중반을넘어서면서여러군데허한기운이나타나는것을보니

문득살아가는일이허무개그같다는생각이들기도했소.

어찌살아온생애인데이렇게몸건강이하향곡선을타고

내리꽂치는지당혹스럽기까지하다오.

문득순천만어느벌판에서당신손가락에풀가락지로끼워주던

네잎크로바흰꽃송이를엮은풀꽃반지가생각나오.

싸이클을빌려타고먼신작로길을달려가면서큰소리로나누던대화가

싱그러운해풍에들렸다가멀어지곤하던그갈대숲뚝방.

보리가익으면앵두도익는다고했소.

앵두를따서조반을먹기전의아침허기를에우며

활짝웃어주던서로의입안에따넣어주던

그발그레하니상그럽던앵두를

다시금맛보고싶소.

보리밭이랑위로노고지리날아오르던그벌판에는

청랭한바닷바람이불어올때마다너른보리밭의보리가누웠다일어서곤했소.

살아가는일에서이와같이바람에순응해눕는지혜를배워야겠소.

그너른보리밭이랑들이멀리에서부터불어오는바람무늬를따라

잔잔한봄바다의波高와도같이밀려오는풍경앞에두팔을벌려한껏바람을안아보았잖소.

바람앞에순응하여누웠단일어서고또누워서몸을낮추는자연의이치.

이젠그파고가더욱높아갈것일진데예서멈출수는없지않소.

가녀린보리대궁도바람을견뎌알곡을품어안듯

누웠다가는다시일어서는방법을익힙시다.

요즈음아파서쩔쩔매는당신을지켜보는지아비된心重.

내가대신아파주고픈마음뿐이라오.

어여털고일어나먼여행이나다녀옵시다려.

저황혼녘고즈넉한벤취에앉아

서녘으로멀어지는사념에

푸른시절을얹어

길동무반려이며道伴인당신에게

더욱더정성을다해주지못하여

그아픈마음에서운케만하였구려.

미안하고고마운마음을이렇게라도써서풀꽃편지를부친다오.

어여훌훌털고일어나구려.

먼여행길에서

당신손가락에

풀꽃반지를끼워주고싶소.

이세상에서

제일高貴하고

값으로메김되지않는

상그럽고어여쁜

당신과나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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