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가는 길
우티키지낸거여.
나야뭐그럭저럭지낼만허유.
우째내동생철현이가아닌거가터.
뭔말씀을그리하세유.
왜이렇게몰라보게늙었어.
누님은건강해뵈시네유.
동상이올개몇이여?
꼭팔십이유.누이하구일곱살터울이잖어유.
그려?난당최뭐가뭔지몰것어.
외갓집에오면머물러자곤하던사랑채는
폐가로기울어한쪽지붕이무너져내리는구나.
어디하나옛모습은보이질않고
외가마을전체가옛모습이어삼무사하구나.
어머니는여기서젊은처녀적뛰어노시던
그옛날을기억이나하실까.
서당훈장이셨던외할아버지낭낭한글읽는소리
귀동냥으로한글을깨치시고
사랑방호롱불아래
동네아낙들모이면
숙영낭자뎐에
장화홍련뎐을줄줄이외워서읊으셨다던
그옛날을생각이나하실까?
이곳에서꽃가마타고팔십리먼산길을돌고돌아
새색시로시집가시던길.
그윤기나던검은머리는
이렇듯흰백발이되어하늘로풀어올라가시려는데
이번어머니의친정나들이길이
어쩌면영영마지막길이지싶어
목울대가자꾸먹먹해지는데..
어머니시집가던길을되짚어돌아오는길.
내내뻐꾸기소리만따라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