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가는 길

자꾸만흐릿해지시는어머니의치매.

더안좋아지시기전에

한점혈육이신외숙을만나보시고

온전한정신으로남매지간의마지막정을나눠보시라고

외갓집가는길.

옛날국민핵교적찾아가던외갓집초입의방앗간도

한세상다하여퇴락하였구나.

정갈하니깨끗하던외갓집은

형체조차없어지고

새양옥에몸이불편하신외숙내외두양반.

이제는늙으셔서

집안건사조차도힘들어지신기색이

어수선한집안모습에역력하구나.

팔순의외숙께서반갑게나오시는데

신발도못챙기시고

세상천지간단둘이신

호호백발늙은누이마중을나오시는구나.

우티키지낸거여.

나야뭐그럭저럭지낼만허유.

우째내동생철현이가아닌거가터.

뭔말씀을그리하세유.

왜이렇게몰라보게늙었어.

누님은건강해뵈시네유.

동상이올개몇이여?

꼭팔십이유.누이하구일곱살터울이잖어유.

그려?난당최뭐가뭔지몰것어.

외갓집에오면머물러자곤하던사랑채는

폐가로기울어한쪽지붕이무너져내리는구나.

어디하나옛모습은보이질않고

외가마을전체가옛모습이어삼무사하구나.

어머니는여기서젊은처녀적뛰어노시던

그옛날을기억이나하실까.

서당훈장이셨던외할아버지낭낭한글읽는소리

귀동냥으로한글을깨치시고

사랑방호롱불아래

동네아낙들모이면

숙영낭자뎐에

장화홍련뎐을줄줄이외워서읊으셨다던

그옛날을생각이나하실까?

이곳에서꽃가마타고팔십리먼산길을돌고돌아

새색시로시집가시던길.

그윤기나던검은머리는

이렇듯흰백발이되어하늘로풀어올라가시려는데

이번어머니의친정나들이길이

어쩌면영영마지막길이지싶어

목울대가자꾸먹먹해지는데..

어머니시집가던길을되짚어돌아오는길.

내내뻐꾸기소리만따라오는구나.

옛날에이길은
꽃가마타고
말탄님따라서
시집가던길
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곱게
피여있던길
한세상다하여
돌아가는길
저무는하늘가엔
노을이섧구나
옛날에이길은
새색시적에
서방님따라서
나들이가던길
어디선가
저만치서
뻐꾹새구슬피
울어대던길
한세상다하여
돌아가는길
저무는하늘가에
노을이섧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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