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참나쁘다.
저번장날에분명히다음장날에는데려가마하셔놓구선에
오늘공일에다무기장날인데
웃방경대에앉으셔서반지르르빗은머리를동백기름으로단장하실때도
같이가신단약속을잊으신게분명하다.
오늘은기어코마루기둥에서멀리푸르스름하게보이는부용산
그아래가무기장터라고엉아가알려줬는데
그곳에는순대국밥집도있고원숭이가사람마냥엄청재주도부린다는데
할무니도내편이돼주질않고식구들모두모른척하니몸이달아죽겠다.
샘가로가서얼릉검정고무신에양잿물로만든엉청때가잘닦인다는빨래비누로
빡빡문질러짚으로윤이나도록닦아서고쳐신고
상고머리도세경앞에서서물묻혀서곱게빗었다.
엄마가숯다리미로엊저녁내내할무니와마루에서다리미질한흰옷으로갈아입고
봉당으로내려서시며내게는눈길도주지않으신다.
내일이증조할아부지제사라서제사흥정을하러장에가신다고하시는데
가용돈을내놓으시는할아부지께서도헛기침만할뿐못본척마실가시고
할무니는뒷곁으로돌아가셔서장독대에서항아리를닦으시며몰라라하신다.
난우짜믄좋단말인가.
새끼손가락을빨면서엄마에게최대한불쌍한표정을지으며
장에가실준비를하는엄마뒤를졸졸따라다녔다.
엄마는가끔씩나를소닭쳐다보듯바라봤다.
흰수건을머리에두르고흰보퉁이를머리에이고흰치맛단허리를찔끈동여매신엄니는
머리흰수건부터발끝흰고무신까지온통흰색이다.
평상시엄마보다깨끗하신얼굴에는동동구르무와희뽀얀분가루를바르셨다.
엄마몸에서향긋한분냄새가나는것이더욱몸이달아올라죽을맛이었다.
-어..어..엄마!
-..?
-나두장태갈뎌유.
-야가시방어디를간다구그려.
-저번장날에데려간다구혔잖아유.
-안되야.집에서숙제하고지둘려라.맛있는사탕사오마.
-흐엉!~
옆집주열이엄마가대문께에서쭈볏거리시며채근하신다.
엄니가휭하니대문밖으로나가시는데뒤도안돌아보신다.
나는울상이되어쫒아나가려니바깥마당에서내가쫒아오는기척을
알아채신엄마가흰고신을땅바닥에탁,탁,차시면서눈을흘키셨다.
-엄마는나뻤어유.거짓말쟁이유.머.
대문에서더는나가지못하고엄니가동구밖4H클럽비석이있는곳을돌아
신작로길로막들어서는것을보고는울음이터져마구달려서쫒아갔다.
눈물바람에앞이안보여서도랑에쳐박히듯자빠졌다.
옷이며검정고무신이흙칠이돼서볼썽사나웠다.
바지를걷어보니돌팍에까진무릎에서피가났다.
억울하고서운함에두다리를뻗고앉아소리높여울었다.
소매로눈물을훔치면서바라보니엄마가장고개를넘어서보이질않았다.
초여름햇볕은머리위에서따갑고
실컷울어서얼굴에때꾸정물이흘러내렸다.
-흐엉!~울엄마는계모가틀림없어.할무니가그랬어.
나를거지들이산다는무기장태다리밑에서주어왔다고했어.
-친엄마가아니고나는거지아들인것이분명해.
그래서장터도안데려가시고..흑,흑,
그런생각에미치자또마구슬퍼져서눈물이펑,펑,쏟아졌다.
갑자기머리에서떡방아찧는소리가나면서하늘에서
병아리를채가려고도는솔개마냥내머리도빙빙돌았다.
집에다시는돌아갈수가없어서신작로까지나와서
터덜터덜장터쪽으로슬피울며걸어나아갔다.
-무기장터다리밑에가면내친아버지가있을까?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