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내 친구

-술한잔하러넘어와.

-날씨도더운데뭔술을마시자구혀.

-아?글쎄넘어오면알어.

-알았어.바로넘어가지.

논배미개구리소리를들으려차창문을활랑열어두고달려가는고향길.

안골에들어농사이야기를함께나누는데

친구가내뿜는담배연기섞인한숨소리.

-이게뭔기계여?

-파종하는기계인데잘안되네?

-모양새는그럴싸하굼서나.

-그러게말일세.

-일손은부족하지.밭작물은심궈야지.

-가뭄이라시기가한참지나가는구먼.

부족한가용돈에서읍내농기구센타에서구입한농기계가

무늬만기계인지라한숨만내쉬는내고향친구들.

-어여친구들이기다리는읍내로나가세.

-시간이벌써이렇게된겨?

-벌써어둑해지는구먼.

-트럭끌구가면술도못먹는데.

-아?내차로가지.머.

-그래도되것나.

-나야차땜새술도못마실것이고운전기사나하지뭐.

실로오랜만에푸짐한소고기집으로장소를잡았단다.

뭔이야기가오가는날인지도모르고도착하니

고향친구서넛이먼저나와앉았다.

-뭔소고기집모임이여?

-요즘돼지고기나소고기나값이똑같어.

-그려?당최고기를잘먹질않으니원.

-구제역으로피해가이만저만이아니구먼.

이런저런농사꾼푸념들이담배연기술안주에몽롱하니녹아들었다.

이래저래손해만나는이노무농사를때려쳐야하나말아야하나심란한마음들.

-뭔염색들을새까막케들혀?

-그럼우티키혀.내비두면머리가왼통하얀데.

-오늘은다들한십년은젊어진거가터.

-하이구!~말이라두고맙네.난육십중반노인으로보는통에죽것어.

-아니?누군지눈이삐었던게지.

-사실거울속나를쳐다봐두그런걸우짜긋나.

-아녀,아녀.오랜만에만나니깐두루한층젊어졌굼서나.ㅋㅋㅋ

이번구제역파동으로축산일을완전히접은고향친구위로겸

얼굴한번보자고모인자리.

술도못하고맨숭맨숭앉았자니자꾸애끈해지는마음추스리기가좀그렇다.

나이만자꾸들어가는고향친구들.

누구는안식구를먼저저세상으로보냈고

누구는농사가거덜나서쏙이상해서폭싹늙고

누구는몸땡이가이곳저곳엉망으로고장나서세상살이가귀찮고.

아,우리도이렇게야속한세월속에하냥없이흘러가는구먼.

이힘든인생살이에얼마나들고단하신가?

태풍아,비바람아,불지를마라.

아~어디로가는배냐.

황포돛대야.

서로가힘들고고단하면

술추렴으로찾아가는내고향친구들아.

그저건강들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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