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정천리

퇴근하여현관을들어서는데

구수한부침개냄새가거실가득.

날궂이로안해가부쳐준감자전에덕산막걸리한잔하다.

취기가그득히올라

창밖을내려다보니읍내야경불빛이가뭇하다.

생각컨데

아주먼먼길을지나온인생구비

그돌아나온구비마다에

서리서리맺히는회한.

아,유정천리.

길이있다면,어디두천쯤에나가서
강원남도울진군북면의
버려진너와집이나얻어들겠네,거기서
한마장다시화전에그슬린말재를넘어
눈아래골짜기에들었다가길을잃겠네

저비탈바다온통단풍불붙을때
너와집썩은나무껍질에도배어든연기가매워서
집이없는사람거기서도눈물잣겠네

쪽문을열면더욱쓸쓸해진개옻그늘과
문득죽음과,들풀처럼버팅길남은가을과
길이있다면,시간비껴

길찾아가는사람들아무도기억못하는두천
그런산길에접어들어
함께불붙는몸으로저골짜기가득
구름연기가득채워넣고서

사무친세간에슬픔,저버리지못한
세월마저허물어버린뒤
주저앉을듯겨우겨우서있는저기너와집.
토방밖에는황토흙빛강아지한마리키우겠네

부뚜막에쪼그려수제비뜨는나어린처녀의
외간남자가되어

아주잊었던연모머리위에별처럼띄워놓고

그물색으로마음은비포장도로처럼덜컹거리겠네

강원남도울진군북면
매봉산넘어원당지나서두천
따라오는등뒤에오솔길도아주지우겠네
마침내돌아서지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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