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하늘과바다가넓고넓어
마음놓고다녀도거칠것없어라.
생사를잊었는데병은또무엇이며
명리를떠나있는데무얼다시구하랴.
강과호수곳곳에배탈수있고
눈과달이사람불러같이거닐어라.
애닯게홀로시읊는것웃지마시라
천추에뜻아는知音응당있으리라.
*
큰나는무엇이뇨?
나의정신이이것이며
나의사상이이것이며
나의목적이이것이며
나의主義가이것이니
이는한없는自由自在의나이니
가고자함에반드시가서
멀고가까움이없는자.
눈물흘리는내눈만내가아니라
넓은천하에눈물을뿌리는자.
*
내가무공을사랑하면
광개토왕,을지문덕,연개소문,대조영,최영,이순신이다옳은나이며
내가문학을좋아할진대
천만리밖에操紙下筆하던
루소,칸트,볼떼르,세익스피어,해밀턴,마찌니,다윈,스펜서가다옳은나이다.
나이는청년이되
기력의피폐는노년과같으며
모습은청년이로되
그지식의몽매는어린아이와흡사하니
청년청년이여,
이것이어찌청년이리오.
금강산좋다마라
단풍만피었더라.
단풍잎새잎새秋色만자랑터라.
차라리몽고대사막애
大風을반겨하리라.
*
알고행한다할때
제대로알기도어렵지만
떳떳하게행하기란더욱어려운일이다.
일세기저편에서
도산과춘원의우정에칼날을곳추세웠던꼿꼿한선비정신.
한용운의흠모를받으시며
옥사를하심에도氣槪를앞세우심에
많은희망과큰슬픔을아우르며
내웃자란마음을서늘한칼로벼르면서
책장을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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