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과 실

방학을맞이하여

오랜만의한가함을빌려

청소기도돌리고

방과거실마다에걸레질을마치고

거실에서바느질을하는

안해를도와바늘귀를꿰어주다가

짧은단상에잠겨본다.

세상을살아감에

혼자서는감당이안되어지는

世上千萬事

얽히고설킨실타래가얼마나많던가.

그때마다에내가

바늘로끝을짚어찾아주면

술술풀어가는몫은

언제나실이었다.

실은어떤사단이일어나면

그것을수습하여갈무리를해준다.

심지어바늘에찔린상처조차

칭칭동여매아물게해준다.

세상을감에도

바늘혼자서는무용지물이기쉽상이다.

실이따라오고서야

세상을재단하여갈무리를하게된다.

용감하게찌르고나아가는바늘보다

뒤를따라오며다독다독

세상을엮어모양을만들고틀을만드는일과

고르게넓게펴는일은

언제나바늘이아닌실이었다.

바늘혼자용감히헤쳐간들

이풍진세상을

어찌건너갈것인가.

집안의밝은해인안해.

그안해가작은소리로말을건네온다.

"세상의모든인연끈은언제나옹쳐매지말고삽시다."

"옹쳐맨실은상대도나도풀수가없어집니다."

"한쪽끝만슬몃당기면스르륵,풀려지는실매듭으로그렇게인연을지으며살아갑시다."

실은혼자서도무엇인가를묶어주던지

아구리를닫아여미기도한다.

하지만

바늘은혼자서는아무것도아니다.

뽀족함으로찔러서

세상천지간에무엇에쓰임이있단말인가.

지금의내가

이세상을헤쳐온것은

어머니의실이었고

안해의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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