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나 산골

춘천을지나고소양강을거슬러오르다가오봉산을넘어

파로호까지갔다가길을되짚어무작정하고길을달렸다.

시원한강바람에강둑위에차세우고첨벙!~물속으로들어
물밑으로자갈이들여다뵈는맑은강이름을

다슬기잡는일행에게물으니화양강이란다.

발가락사이에서은모래가솰솰,빠져나가는간지러운감촉을즐기며

눈부신강여울의반짝임을실눈을뜨고바라보는데

어디선가바람에실려들려오는낮은노래소리.


엄마야누나야강변살자.

가락재고개를넘었다.

이렇게여행중에만나는산빛깨치는산촌마을의모습은

나른한여수에잠기게한다.

너무도평화로운풍경들은산구비를넘을때마다

다른모습의풍경들을그려주고있었다.

문득,핸들을꺾어들어가오래도록산촌에묻혀살고픈마음을

가느다란한숨으로대신하며1089고지운두령을넘다가

정상못미쳐시원한골짜기에서차창을모두열어두고누워

산바람에깜박단잠에빠졌다.

신선이된이기분.

머리가맑아지고몸이한결가붓해졌다.

산그늘을따라길을내려가다가눈에들어오는초가집.

옛토담과초가지붕과싸리문.

뽀얀흙마당.

다쓰러져가는초가집이다.

문지방밑흙벽으로틈새가벌어져뒷쪽으로기울어가는초가집.

흙마당에앉아손으로마당을쓸어봤다.

얼마만의이감촉이런가.

손안으로감켜드는아련한향수.

어릴적감촉들이새록새록달겨든다.

눈부신햇살은마당에가득하고싸리문짝에

잠자리가앉았다날아간자리에

깨어진사금파리가손가락끝으로화끈한여름!!

초가마당에서눈을들면앞산이막아서는

울안담벽옆으로능소화가저혼자처연토록붉었다.

속사에서봉평으로길을잡았다.

메밀국수가먹고팠다.

장평에서길을찾아들기가어려웠다.

주유소에서길을물어

간신히접어들어찾아간봉평장에서메밀국수를말아먹었다.

이제껏메밀국수를많이먹어봤지만

이렇게맛좋은메밀국수는처음이다.

이효석의메밀꽃필무렵에나오는이곳봉평장.

메밀국수집뒤란으로돌아나가봤다.

옥수수밭에앉아김을매시는

쪽비녀가고운할머니와이런저런한담을나누다가

감자밭고랑에도앉아있으려니

잠자리채를들고살금살금걷는꼬맹이를보고장난기가발동하여

나또한고양이발걸음으로나란히걸으면서

입가에손가락을세우니
꼬맹이도얼떨결에입술을뾰족히세우곤쉿!손가락을댄다.

잠자리를잡고보니낯선사람이옆에?

아이가쪼르르집으로달려들어가숨는다.

아이야!~靑山가자꾸나.

사리평을지나서무이리로길을잡아들었다.

무이초등학교에서잠시쉬었다가이내길을재촉했다.

막상길을나서니첩첩산중외길.

띄엄띄엄보이는외딴집과폐가.

구름도쉬고넘을것같은외로운이골짜기가

흰구름이머문다는백운동이라.

구목령산마루에흰구름이둥둥.

물푸레나무잎사귀에여름햇살이한껏푸르름을뿜어내고있는한낮.

산마루로향한험한길을가다가다쉬고보니

주인떠나간빈집.

마당에는복숭아열매떨어져뒹굴고

뜨거운햇살아래잡초만더욱푸르렀다.

구목령이올려다뵈는길에서만난村老.

이윗쪽으로는이젠외딴집조차도없단다.

오,이쯤에다초막이나짓고살꺼나?

차마돌아가기싫은산촌마을.

담장낮은길가양의집마당에서

꼬부랑으로늙으신

낡은츄리닝바지차림의노부부가느릿한눈길로

낯선길나그네를바라본다.

고단한살림살이들이들여다뵌다.

거동조차힘겨워뵈시는너무들늙으신몸들.

집안에는추운겨울을넘기려고수북히쌓아놓은장작더미.

生의고단함과삶의무거움.

그저무심한세월.
첩첩산중이눈물나누나.

산구비를끝없이넘고넘어도수수밭감자밭첩첩산중.

1260고지산마루쯤에차를세우고석양과마주했다.

골짜기아래로저물어가는산.


첩첩먼산을바라보며
오래
오래
바위같이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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