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여름방학이시작되면

동그란생활계획표란에그려넣던

산수,국어,자연,미술,음악,실과시간노로꼬리만큼그려놓고

노는시간이이이이따만큼.

아부지한테혼나고다시그린계획표는

다시반대로그려넣었습니다.

하지만

방학동안그계획표대로생활한날은

하루도없었습니다.

방학을며칠남겨놓고담배건조실에서

석탄아궁이에감자묻어놓고

숙제는해야겠기에방학책펴놓고

소낙비내리는초가지붕만멀뚱거리며바라보다또하루.

토끼풀뜯으러산너머삼년고갯마루까지갔다가

고갯마루에서내려다뵈는

서울낚시꾼들옆에서어슬렁대다가또하루.

낼모레가개학날인데

공부안한다고다때려치고농사나지으라고

고추밭고랑에앉히시는

엄니에게떼깡쓰며징징대다가또하루.

급기야식물채집곤충채집도안하고있다가

들로산으로빠대다또하루.

등까머리가실실가려워지는

개학날이코빼기앞으로다가서자

동무들찾아다니며일기장에

해와우산과구름을그려넣다가또하루.

뭉기적거리다가그예끈개학날이내일.

여치집만들기실과과목숙제는

할아부지께떼를써서만들어달래고

손바닥만한교실바닥걸레만들기는

할무니께아양떨어서맡기고

백로지에색연필로미술숙제후딱,

방학책괄호란에는3,4,2,1,3,2,1,4,2,1,4,3,…

가끔씩연필도굴려서채워넣고

징징거리며저녁밥도미루다가

아부지한테야단된통맞고

엄니한테부지깽이두어대맞고

뒤곁으로쫒겨가서서있으면뜨던초저녁달.

책보를똥뒷간에내다버린다고가져가신엄니를

울담장넘어에몰래숨어서

앞마당을넘겨다보면

낮게저녁연기깔리던초가마당.

그리고

마당한가운데자부랑대에앉은고추잠자리.

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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