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
부엌문열고
양은솥을모래수세미로닦아걸고
안방문짝뜯어
창호지새로발라양지쪽에세워놓고
석가래아래로처진양철처마밑
철사로엮어잇대어놓고
마당에잡풀일랑은
호미끄쟁이로
한나절만매면되겠지.
뒷곁굴뚝머리지게를고쳐메고뒷산에올라
삭정이나뭇가지꺾을적에
흘러내리는눈물.
꿈에도그리던사람은다어디로갔을까.
손빨래머리에이고
산골짝개울가에앉아
이산저산메아리치도록
빨래방망이두드리며
유행가가락구성지게부르던사람.
흰옥양목받쳐입고
책보어깨로비껴메고
시오리핵교에서돌아오다가
산딸기따서입에물고
풀피리불며불며노래하던사람.
봉숭아손톱물을들여주려고
댕기머리어깨로흘러내리던봉당에서
귀밑머리쓸어올리며
백반을빻던사람이
어린새색시로시집간다고울며울며
꽃가마꾼도눈자위가붉어지게
고개를넘어가던사람.
지게나뭇짐위에꽃가지를꺾어얹고
삽작거리들어서며
황소눈매껌벅이던사람이
보리밥사발그릇고봉으로얹어
풋고추에고추장찍어
입안가득우겨넣으며
풀어진댓님을고쳐매면서
배시시웃는듯눈물흘리며황소같이울던사람.
앞산과뒷산에다
빨래줄잇대어
자부랑대받쳐두고..
심심산골
외딴집차마버리고
다어디로갔는가.
버리고떠난사람일랑은
마음편히떠나갔을까.
이산골짝외딴집으로
그언젠가는돌아오리라.
아,눈물나도록
그립고그리운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