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전하는 말

더위와장마에지친심신을

산림욕으로다스리고자

안해와오르는숲길초입에

풋밤이떨어졌습니다.

진천군에서조성해놓은국궁장인데

규모가참대단했습니다.

숲속길을한참들어간곳에있어오늘사처음보았습니다.

팻말도없이숲속에가려졌습니다.

몇몇이서활시위를당깁니다.

국궁은심신의수양을쌓는스포츠라고들었습니다.

집에서가까운국궁장이라면한번가입하여배우고도싶었습니다.

숲속길초입을막들어서니

아름다운새소리와계곡의맑은물소리로

대자연의오케스트라가울려퍼지고있었습니다.

산을다올라서니능선길이나타났습니다.

이름하여태령산이라고합니다.

사람흔적이별반없어서바위마다이끼가푸르러

산내음이콧속으로스며들면서

가슴안폐부깊숙히박히는신선함이좋았습니다.

이모두시골살이에서덤으로얻어지는행복입니다.

잠시이정표를봅니다.

동골수녀원쪽으로길을잡았습니다.

예서부터는수녀원에서닦아놓았는지길폭도넓어지고

의자도만들어놓았습니다.

잠시앉아산아래부터올라오는바람을맞습니다.

길섶바위마다에푸른이끼가예쁩니다.

손으로쓰다듬어봅니다.

손감촉으로카페트같은보드라운산기운이전해져

몸전체로퍼져갑니다.

발을내딛는발치께마다에

푸르름으로싱그럽게깊어가는여름산입니다.

그아래에서시원한옹달샘을만났습니다.

범상치않은산행으로한참갈증으로목이말라했던차에

얼마나반갑던지모릅니다.

시원하니물맛도참좋았습니다.

수녀원에당도했습니다.

건물이며분위기가정갈하기그지없이

깨끗하고고요로웠습니다.

수녀님들이피정을와서

여름한철머무르시다가는곳입니다.

작은성당에들어낮게기도를올립니다.

황루시아울엄니를어여삐여겨달라고

두손을모았습니다.

수녀님들의피정처이기에오래머물수가없어

바로뒤돌아나왔습니다.

숲속의아름다운집이었습니다.

풀섶으로난길을따라태령산정상쪽으로길을잡았습니다.

깜박잊고서스틱을차에놓고올라왔는데

수녀원후문에쪼로록나뭇가지로만든등산용지팡이가있어

그것을안해와집어들고산을오르니

발걸음이훨씬수월하였습니다.

작은배려가감동으로다가옵니다.

잠시쉬어가는바위에

세월의이끼가더욱두텁게푸르러갑니다.

절기가가고

세월이가고

나이테도점점늘어가다가

이끼푸른세월목으로밑둥만남았습니다.

어느세월은예쁘게흘러가다가

어느한시절은지옥에서보내는한철로지나가기도합니다.

하지만돌아보면그지난한세월이있어

지금더단단해지는연륜으로

거듭태어난것이아닌가여겨지기도합니다.

어느능선길에서는

평탄함으로수월하게길을가기도합니다.

길이수월하면얼굴도편안합니다.

젊은날한때

정상에우뚝선것처럼

걸어가는길마다돌뿌리하나없이올라서기도했습니다.

그정상이끝인줄로만알았습니다.

세상에서제일높이올라있는줄로만알았습니다.

언제까지도한정없이이높은봉우리에가부좌로

여유만만앉아있을줄로만생각했습니다.

하지만인생길이란것이

정상에오래도록앉아있는것이절대아니었습니다.

더이상오를곳이없으면

그때부터는내리막이기다리고있을뿐이었습니다.

어느노랫말같이저산은내게내려가라내려가라

등을떠밀어하산길을짚어주는것이었습니다.

등산길이나인생길이나

오르막보다내리막길을더욱더조심하라고합니다.

내려갈산능선에서산아래먼곳을응시해봅니다.

내려가는산길에서만나지는것은

오르막에서정상만올려다보느라미처보지못한풍경들이있습니다.

사군자병풍속그림같은풍경화를

나만의정물화로그려내고앉아그윽히바라보는풍류도알아갑니다.

넓은가슴과넉넉한등을내밀어타인에게내미는

연륜이라는바위도쉬엄쉬엄만들어갑니다.

푸른이끼에검버섯이돋아나는

중장년을지나갑니다.

조심조심살펴서내려가는길입니다.

세월이보태져서묵직하게앉은바위폼새도한결넉넉해집니다.

세월의풍파에시달리면서도

바위에도꿋꿋하게뿌리를내렸습니다.

뿌리깊은나무는바람에아니흔들릴세.

세파에이리저리부딪혀

씨줄과날줄로금이가고틈이생겼지만

그사이사이마다에세월의이끼로묵묵히채워갑니다.

그틈사이에는슬픔도묻어놓고

가슴철철한아픔들도짐짓묻어놓습니다.

남몰래서러운세월도가뭇하게묻어놓습니다.

오랜날들을

세찬비바람과낙뢰로할키고깎겨서풍화된상처를

세월의이끼로

하나둘덮어가면서

그냥아무렇지도않은듯

담담하게걸어나아갑니다.

그것이인생길인가봅니다.

이제산아래가가까워졌나봅니다.

뒤를따라가며보니

안해의발걸음이훨씬수월케보입니다.

힘들어헉헉대면서양손으로짚어가던막대지팡이를

어느결에쌍지팡이를놓고

한손으로만가붓하게짚어내려갑니다.

천연무공해질경이군락을만났습니다.

산아래에거의다다랐다는표시입니다.

잠시쉬어숨을고릅니다.

이마에서눈썹끝으로

눈썹에서콧잔등으로

콧잔등에서턱으로흘러내린땀방울이

오히려상쾌하니개운합니다.

꽃들이보이고

야생화핀길섶에서쉬어가는여유도생겼습니다.

콧노래도부릅니다.

골짝개울물소리가가깝게높아갑니다.

새들의청아한노래소리가너른개활지를만나

넓게퍼지면서아름다움의공명으로

숲전체로퍼져갑니다.

수녀원에서부터길을짚어온나무막대지팡이를

산림욕으로들어가는산입구에다가지런히놓습니다.

내가힘든길을짚어넘어왔듯이

어느힘겨운길나그네가그렇게짚어

산을넘어갔으면좋겠습니다.

두꺼비바위의단단하고용맹스러운폼새가

이골짜기에서무예를닦았을

저신라시대화랑들의드높은기상과같습니다.

이제쯤에는

저두꺼비바위같이

단단하고강건하게

그렇게한세상묵직히살아갈일입니다.

푸르른녹음에안겨들어

온몸을자연에맡겨

청청한산림욕을했습니다.

몸과마음이가붓하니날아갈듯합니다.

사람은자연의품안에깊숙히들었을때가

가장행복한것이었습니다.

이렇게아름다운

청청한숲에들면

눈도시원하고

마음도시원하고

깊어지는생각도시원하고

온갖시름과번뇌가시원하게씻겨지는것이었습니다.

세상어디에서저자연만큼아름다운자태와

웅장하니위대한오케스트라합주곡을

만날수있으려는지요.

우리넘어온태령산을무연히올려다봅니다.

돌아보니아슴하니멀기도했습니다.

하지만고단했던모든길은

뒤로멀어지며무삼히지나가고야마는것이었습니다.

산아래느티나무아래에서의늦은점심.

안해는허기가엄청많이졌었는지

식탁에앉기가무섭게음식을차려냅니다.

먼산으로우기가잔뜩들어소나기가금방내릴듯합니다.

모처럼의숲속에서의식사인데서둘러야겠습니다.

우기가바로앞산까지내려옵니다.

선선한바람이불어오면서

등까머리까지청랭한바람이훑고지나갑니다.

소나기가뒷산너머에서부터

앞산머리까지다가왔습니다.

갑자기산들바람에춤을추던나뭇잎들이

일시에동작을멈추고

새들도노래를멈추었습니다.

잠시의정적.

우두둑,

쏴아!!!~

시원한빗줄기가흙냄새를잔뜩품어올립니다.

급히식탁을챙겨서

빗속을천천히걸어갑니다.

땀으로젖은몸이라

소나기를맞는것이그닥싫지가않습니다.

산이전하는말이있어

오늘은참좋은날.

흐르는음악

원더플데이같은아름다운날.

힘든고통과번뇌도다지나갑니다.

치열했던이여름도저렇듯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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