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과 꽃 – 기형도 –

-시인(詩人)-

나의혼(魂)은주인(主人)없는바다에서

일만(一萬)갈래물살로흘렀다.

일천(一千)갈래는고기떼로표류하였다.

그중너덧마리는그물에걸리었다.

한마리는뭍에오르자곧물새가되어날아갔다.

부리가흰물새는한번도울지못하고죽었다.

그는하늘에올라가구름이되었다.

물새의혼(魂)은구만리(九萬里)공중을날다가비가되었다.

내릴데없는물같은비가되었다.

-꽃-

영혼(靈魂)이타오르는날이면

가슴앓는그대정원(庭園)에서

그대의

온밤내뜨겁게토해내는피가되어

꽃으로설것이다.

그대라면

내허리를잘리어도좋으리.

짙은입김으로

그대가슴을깁고

바람부는곳으로머리를두면

선채로잠이들어도좋을것이다.

잎은꽃을보지못하여

꽃은또잎을보지못하여

영원히아름슬픈꽃.

네이름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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