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회 고향길

내가제일자랑스럽게여기는향우회장직을수행하러

고향마을로넘어가는고갯마루.

태풍을따라구름이빠르게흘러가는하늘을따라

차안가득고향노래틀어놓고

고갯마루를넘어서니

정든마을이나를반기는고야.

고향은언제나그자리에서

고향을버리고도회지로떠난방랑자를맞이하듯

"오,네가돌아왔구나.타관에서고생많았쟈?"

"할아부,아부지.그간잘기셨어유?자주못찾아뵈서지숭허구먼유."

"그려,그려.어여오니라."

고향을버리고떠난자손들을아무런나무람없이안아주시는고향.

언제고꿈에서그리워하는내고향이러뇨.

어느집이나연로하신두냥반이서

고향집에등기대시고이쁘게도가꿔가시는고향.

고향앞논배미도살뜰하게가꿔가시는

늙은고향의어르신들.

홀로사시는외딴집에뒷동산과뜰에도손길이정겨운

고향을살아가시는우리들의부모님.

밭가운데그늘소나무에앉아

잠시한낮의뙤약볕을피하시며

들을바라보시는어르신.

젊은자식들은대처로나가마을은비었지만

마을공동의울력으로

힘을합쳐일궈내시는우리들의고향.

동네에향우회식당인선구네.

창문으로호박덩쿨을시원하게내려더위를식히는동네.

선구네식당에서건너보이는조부모님계시는선산

줌을당겨들여다보니산소앞흰백로.

아마도할아부지께서흰두루마기차려입으시고문중시향(時祭)을가시나보다.

"할아부지,더운날씨에먼길잘댕겨오서유."

창문넘어로어릴적뛰놀던앞동산은낮아지고

새소리아득히멀어지는데

어릴적초동친구들머리위로어느덧세월의흰서리덮혔고야.

한잔술얼콰하니돌아가고난후

구석으로삼삼오오모여앉아화투패.

한쪽에는끝없이이어지는옛이야기.

초동친구인성수가어느덧동네이장이되었구나.

그려.동네일꾼노릇잘해야만혀.

향우회에서집으로돌아오는차창으로

멀어지는어릴적고향마을.

고향을떠난사람아,

탯줄끊어묻어놓고차마떠나온고향을버리지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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