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서리


어릴적여름방학이끝나가는이맘때면수박서리를했다.

옷을죄벗고수박밭고랑을살살기어서갈때
왠달빛은그리밝던지.

주인에게들킬라치면밭에움직이지않고납짝엎드려야하는데
그게또쥑일일이다.
모기는사방에서나타나집중공격을해오지유.

주인의후레시불빛은머리위를왔다갔다
공포분위기에살은쫄아들지유.

동무들은죄도망갔는지나만남은거같아
달빛받은나무들이무섭지유.
아흐~~도망도못가고그렇다고모기가뜯는데쫓을수도없지유.

온몸에벌집이돼서간신히구사일생패잔병처럼
동무들이있는사랑채에돌아오면
비겁하게도모두들각자집으로돌아간뒤.
허무해서눈물이나고
야심한밤혼자라서눈물이나고
동무들이야속해서눈물이나고
긁을수도없게퉁퉁부어오르는몸땡이에눈물나고
고생만디따리하고
수박겉도못핥아본것에분해서눈물나고.


내일아침수박밭주인이
동네방네수색하고돌아댕길것을생각하니
한심하게걱정되지유.
당장내일아침옷을벗기면
현행범에버금가는이노무증거.

이노무모기가포식하고지나간상흔으로꼼짝없이범인으로지목될터.
아흐~~
엄니에게부지깽이로두둘겨맞고
아부지에게귓빵생이얻어맞을일이캄캄한데
모기떼에엄청나게물리고퉁퉁부운몸땡이를
잠자리에누워서
돌아누울수도
반듯히잘수도
울수도
긁을수도
된장을바를수도
고추장..아니쥐그랬다간죽찌.

엎치락뒷치락밤을꼬박새다가
새벽녘에마당이수런거림에깨어보면
체포영장을갖춘수박밭쥔아자씨
작대기옆에끼구
대문앞에서아부지와담배를말아피시는데.
가을에쌀됫박으로집행유예선고받고
옴메~~기죽어하던찰라?

"큼,큼,병윤이여즉자냐?"
"어여마루에나와보니라"

이불에오줌갈기던날도이렇게밍기적거리지는않았다.

죽은척
못들은척
엊저녁방학책한권한꺼번에푸느라엄청고단해서못일어나는척.

얼릉할머니가응원군이되어치맛폭으로나를감싸안아
역성들어주시길간절히바라면서
마루로비칠~비칠~나설때.
아흐!~
놋양푼에벌겋게쫘악!~입을벌리던수박.
그아침에몸댕이가벌겋게퉁퉁부어설라므네
눈물나게맛있게파먹던수박.
그수박서리가고픈
이저녁.



이글을쓰면서
냉장고에
수박한통을원없이다비웠다.
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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