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등대 아래

비바람부는이길.

어디쯤가야

아득히수평선끝

먼섬에당도할꺼나.

낯선소읍에들어

낯선풍경에잠시아득하여서성이다.

다시비가후두둑,쏟아진다.

저기저낯선여인에게길을물어봐도

등대아래를모르고..

이곳이어디란말인고.

다시비가멈춰

나도가던길을멈추고서서

망연히바다를바라보다.

어디를찾아가는길이더냐.

또세차게내리는비.

나조차도길을잃고

어느항포구에당도하여

먼섬으로떠난다기에그냥배에오르다.

그섬에는등대가휘청거리며서있었다.

어디흔들리는것이등대뿐이랴.

지나간추억도가뭇히흔들리고

그추억속의인연들도

아득히멀어지는기억저편에서

우울히흔들리는것을..

멀리떠나온섬

그등대아래앉아

무릎사이로멀어지는사람들을그리워하다.

내가그들을잊고살았듯

그들도이미나를잊었으리.

세차게내리는이비를맞고

바다를향해나가는작은배한척.

가뭇하게잊었던그리움들에게

안부를묻노니.

망망대해세찬파고에

너는어이흔들리며살아간다더뇨.

어디흔들리는것이너뿐인고.

저기저등대도흔들리고

비바람에아래위로자맥질을하는갈매기도흔들리며날고

전혀흔들림과는무관할것만같은

저묵직한방파제또한

대책없이저리흔들리는것을..

비바람그친항포구.

다시찾아드는고요한정적.

그렇게흔들리던바람은어디로갔느뇨.

고요한등대아래

갈매기와함께나홀로앉다.

짙은여수에

등대아래앉아

마른오징어에낮술한잔.

갑자기흐려지는시야가득

멀어졌다가는또가까워지는해조음.

저바다끝수평선의경계는어드메이더뇨?

등대아래

저고단한바다에는

어느누가살고있을꼬?

아무렇게나팽개쳐진

뒤엉킨어구.

그초라한골목쟁이를돌아가면

내그리움들과만날수있을까?

그그리움들은어느모습으로살아갈까나.

바닷가끝

작은언덕아래

버리고떠난외론집한채.

오도마니앉았는

저기저그리운황폐.

바람부는이풍진세상에서

지붕없이살아가는초라함에도꽃은저리피었구나.

그꽃마져바람에쓰러질까하여

자부랑대에꼭꼭매어놓고

저렇듯화사하게도꽃을피워냈구나.

사랑으로꽃을피워냈건마는

잎은꽃을보지못하고

꽃은또잎을영원토록보지도못하여

처연히아름답게상사화로피었구나.

한세상영원히

서로된그리움으로나살아갈지어이.

어두워지는해안선에도

해당화붉게피어나듯이..

저문백사장에나가

추억을하나하나주워서건져올리듯이..

땅거미지는쓸쓸한바닷가에서

그리움들을호명하여하나씩불러본다.

내가

그들을잊고살았듯

그들도이미나를잊었으리라.

오오래잊혀졌던

너에게

안부를묻노니

이어둔밤

너어느밤바다를건너가고있느뇨?

그리움아,

그리움아,

내그리운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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