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보내는 편지
BY glassy777 ON 8. 19, 2011
바닷가등대아래
끝간데없는아침바다에서서
김소월의詩를읊조립니다.
산위에올라서서바라다보면
가로막힌바다를마주건너서
님계시는마을이내눈앞으로
꿈하늘하늘같이떠오릅니다.
흰모래모래비낀선창가에는
한가한뱃노래가멀리잦으며
날저물고안개는깊이덮여서
흩어지는물꽃뿐안득입니다.
이윽고밤어두운물새가울면
물결조차하나둘배는떠나서
저멀리한바다로아주바다로
마치가랑잎같이떠나갑니다.
나는혼자산에서밤을새우고
아침해붉은볕에몸을씻으며
귀기울고솔곳이엿듣노라면
님계신창아래로가는물노래.
흔들어깨우치는물노래에는
내님이놀라일어찾으신대도
내몸은산위에서그산위에서
고이깊이잠들어다모릅니다.
나혼자홀연히떠나온여행이몹쓸짓이었습니다.
당신의아픈몸과어머니의치매깊음으로인해
함께따라오지못한여행지에서
고얀히당신에게미안하였습니다.
그미안스러움으로
이번여행은스스로고행을택하기로마음을먹었습니다.
따순밥한끼매식하지않기와
여관에들지않는노숙인
바닷가텐트에서의잠자리를택하였습니다.
24시편의점에서컵라면에햇반을사서
선창가에세워둔차안에서아침을에웠습니다.
방학이끝나기전에혼자라도여행을떠났다오라고
등떠밀다시피하는
아파하는당신에게어머니를차마맡겨두고
무작정고속도로위로올라서서
먼섬으로가는먼길을
허공을더듬듯네비게이션을더듬다가
다시핸들을돌려집으로돌아가고만싶었던마음이었습니다.
실로오랜만에컵라면이라는것을먹어보았소.
그것또한특식이되어입안에감켜들었다면믿으려오?
젊은아이들만먹는음식인줄로만알았는데그럭저럭괜찮은아침성찬이었소.
포만감에트렁크에서접이식의자를꺼내다가
뒤로젖혀놓고얼마전월악산동생에게배운셀카도박아보면서
잠시잠깐의달콤한오수에들어보오.
침낭을준비해오길참잘한것같소.
텐트를치고그속에앉아바다를바라보려니
꽤근사한것만같아혼자서잠깐행복해했더랬소.
피서철이끝나복작거리는피서객인파가없는
이고요함이내게는참으로좋소.
먹다남은술한잔을마져했소.
이런날
바닷가에서는
왠지대취하고싶었잖겠소?
맨날운전기사노릇만하다가
운전대잡을일없는이해방된마음으로
홀로자작하여마시는술.
술을그닥좋아하진않지만
평소에술을즐기는내겐
이여행지에서의술한잔이
호사스러움에다름아니었소.
멀리에서바다낚시를하던두젊은양반들이
낚시대를접고막출발하려하기에
불러술한잔씩을권하였더니만반색을하며마시고돌아가오.
이제사방을둘러봐도
이넓은바닷가에는
나와갈매기몇마리뿐이오.
옅은취기에
턱을괴고하냥없이바다를바래다가
잠시잠깐졸음에빠져들었소.
조그마치의술기운만들어도
세상없이스르륵,잠속으로빠져드는내가아니오.
그선잠속으로
수평선이까마득히멀어졌다가
다가오길몇차례반복하였소.
옅은잠에서깨어일어
파도와갈매기를벗하여노닐다가
검정나이방을꺼내끼고설라므네
심심파적으로그노무쎌카장난질을또해봤소.
누가옆에서보았다면실소를금치못하였을것이오만
혼자인그것도꽤괜찮은소일꺼리였소.
밤이이슥토록바다만바라보고앉아있소.
진정
나란누구였던가
깊은사념에들었다가
또먼옛추억으로둥둥밤바다위를떠다니다가
부평초같은쓸쓸한마음으로
다시금텐트에서나와뒷짐을지고
해조음만나직나직들려오는밤바다방파제를거닐기도하였소.
가로등불빛아래
가만히서서
힘줄불거진손등을내려다보면서
한참을힘겹게돌아온내지난날들을반추해보오.
그먼길에서당신이있어힘들어도힘든줄을몰랐소.
내인생길에서당신같은도반이없었으면
어찌하였겠소?
언제나따스했던
고맙고도미안한부부의길이었소.
저렇게청실과홍실로엮어
조금은떨어져서바라보며
서로간에부부의예를다하는당신과나.
믿음하나로
그예의를차림에
참으로편안하고긴여정에서
나날이새로워지는마음이었소.
사람과사람사이에는섬이있다고했소.
그섬에서
한평생반려된마음으로
어깨동무하여황혼길을넘어갑시다그려.
날이부염하게밝았소.
새벽밤바다로츨항하는뱃소리에밤새잠을설쳤댔소.
새벽3시가되니어둔밤바다로고기잡이배들이항포구에서나가며
뱃전에밝은집어등을점멸하며
먼수평선으로하염없이멀어져갔소.
그러다가가수면상태로잠이설핏들었다가깨어보니
수평선으로갈매기한가롭게나니는아침바다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