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핵교에서

얘들아,우리들의핵교놔두고

다들어디로갔니?

점순이,말선이,춘식이,향숙이,미자,

영환이,끝순이,남열이,기봉이,혜자.

너희들이름칠판에다적어놨어.야.

담임선상님한테일러바치기전에어여돌아와.

왼쪽교실은중핵교

오른쪽교실은국민핵교.

오전반과오후반으로나뉘어

구구단을외우고

낮에놀다두고온나뭇잎배를노래하던동무들아,

사슴노루는아직도교정에서뛰노는데

반공방첩이승복어린이도저렇게

우리들의교정을지키고서있는데

동무들아,

너희는어데를갔단말이냐.

나여기에서

너희들이그리워

이름자하나씩출석부에서꺼내

호명하여부르고있는데

어찌하여대답들이없는게냐.

흑!~

담도울도없는우리들의핵교는아직도예쁘단다.

국기에대한맹세를하던

저국기봉위에걸려있던흰구름도

고향에다있고.

마을을돌아가는산모퉁이에서

아직도뻐꾸기소리구성지게들려오는데.

너희들은다어디로갔데냐.

야덜아,

고향을멀리떠나서살아가니참말로행복하다냐?

이여름에한번도다녀가지못할바에야

뭣하러타관살이를하는지모올러.

이번추석명절에는다들내려올겨?덜?

춘식아,

니는우째몇해째못내려오는겨?

느그아부지산소를해마다내가벌초를해.야.

뭣하며사는겨.

그럴바에야고향으로언능내려와.

느그밭뙈기고봉아래조금남았잖여.

고향은항상너그덜을반겨줄것이여.

이젠오십줄중반을넘어가는데

아직도타관에서서성대며살아갈것이여?

고향은

동네마다빈집투성이여.

빈집앞을지날때마다가슴이서늘해져.야.

아이들도점점줄어서우리핵교가분교가되고

좀있으면폐교가된다고동네어른들의염려가대단혀.

고향은

언제고너그덜을지둘릴것이구먼.

점순이,말선이,춘식이,향숙이,미자,

영환이,끝순이,남열이,기봉이,혜자야.

너희들이름칠판에다적어놨어.

담임선상님한테일러바치기전에어여덜돌아와.야.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