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에 쟁기실어 소 몰고 재 넘으니

가벼운붓의터치로
그려낸한폭의
동양화앞에앉았습니다.

제책상한켠에는
연전에경복궁에서수련을
바라보다가사들고온
꽤두툼한
이서지화백님의풍속화가
있습지요.


가끔씩얼콰하니취한
날이면스텐드를밝혀놓고
오래도록들쳐보는
화집입지요.

달빛도잠에취해서산에걸린새벽

널부러져잠든자식이불속에숨겨두고

곤하게취한아내밀치듯깨웠더니

하품이아쉬운양눈물을쏟아붓네.

싸립문열어놓고마루에걸터앉아

삽살개기지개에멍하니화답하니

마누라잔소리에하루가시작이라.

천수답하늘빌어하나가득물을채워

눈망울굴리는놈애쓰듯외면하며

소고삐짧게쥐니호흡이거칠더라.

비온다놀랬더니땀이라훔치면서

지게를그늘삼아곰방대입에무니

머리엔새참이고등뒤엔자식달고

잰걸음재를넘어진수성찬차려놓네.


고시래마음으로하늘에감사하며

종달새노랫소리바람을불러오니

이마에땀방울이저멀리달아나네.

중천에걸린해는지칠줄모르더라.

코뚜레부여잡고누렁이다그치니

그넓은하늘논이골뱅이되었더라.

따갑던낮손님이산넘어달아나고

어둠이성큼성큼등뒤에다가오네.

집으로가는길은발걸음도가볍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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