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자정이넘어서까지

삼십년지기오랜친우와
동동주잔을앞에놓고
먼나라로의이민으로

뜻밖에일찍다가온
이별을아쉬워하며
내내지나간일들만이야기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불교용어를
애써술잔에담아내며
좋은사람과는어찌오래도록옆에머무르질못하고
떠나보내며살아가야하는것인지

그것이야속스러워
자꾸
술잔만부딪혔다.

살아가는방식에따라
여러갈래로흩어져야하는
지극히당연한현실앞에서
가슴의한켠이꺼져내리는듯한
아쉬움을붙들어안고
그허전함에
애꿎은동동주술잔만
들었다놨다를반복했다.

살아가면서
작게크게이별들을겪으면서지낸다.
그중에서깊이정들었던사람과의
아쉽고안타까운헤어짐은
그후유증이오래도록
아릿한그리움으로남는다.

서로의눈빛과어감으로도
상대의안위를눈치챌수있던
각별함으로지내오던사람을
멀리떠나보낸다는것은
되도록이면아니겪으며살고싶은데.

여간해서
웃음을잃지않던사람의

우둥퉁하게부어오른
슬픈눈매를마주하고앉아있으려니
나또한자꾸눈가가화끈거렸다.

헤어지는서운함이
두눈가득그렁그렁함에도
입으로는
서움함과는전혀무관한이야기를쏟아냈다.

둘이서떠났던여행지
한계령을넘어가던지난일
그이야기만했다.

다른이야기들만쏟아내고자
애쓰는모습을보며
산다는것이
도대체무엇인지
애매모호해지기만했다.

계절마다한번쯤은만나보자는허튼약속.

이별하고돌아와헛헛한마음으로

다시술잔앞에앉아

그대의무운을비노니..


멀리무진기행(無盡紀行)을떠나시는그대.

친우여!
편히잘가시게.

하늘은날더러구름이되라하고

땅은날더러바람이되라하네.

청룡흑룡흩어져비개인나루

잡초나일깨우는잔바람이되라네

뱃길이나서울사흘목계나루에

아흐레나흘찾아박가분파는

가을볕도서러운방물장수되라네

산은날더러들꽂이되라하고

강은날더러잔돌이되라하네

산서리맵차거든풀속에얼굴묻고

물여울모질거든바위뒤에붙으라네.

민물새우끓어넘는토방툇마루

석삼년에한이레쯤천치로변해

짐부리고앉아쉬는떠돌이가되라네.

하늘은날더러바람이되라하고

산은날더러잔돌이되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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