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에서

옛선현들은입추가지난뒤보름간을삼후로나눠서

초후에는서늘한바람이불어오고

중후에는이슬이진하게내리고

말후에는쓰르라미가운다고했다.

입추가지난뒤에오는절기인처서는

더위를처분한다는뜻.

고요한가운데보내고자

적토마마상에올라

경상도땅안동고을하회마을로몰았다.

어릴적정서가오롯히배인초가마을에들자마자

어머니품속같은안온함에젖어들었다.

살면서이렇듯편안한마음안에드는날이몇날이나되려오.

모시적삼예쁘게차려입은

칠순의할머니내외가주인이신

마을초입의초가집에유하기로하고여장을풀었다.

초가지붕용마루로유유히흐르는흰구름에눈길을두며

앞뒷문활랑열어두고

먼길을단숨에달려온여독을풀겸

나른한노곤함에안해와나란히낮잠에들었다.

이렇게40년저쪽의고향에왔는데어찌낮잠에들려오?

슬며시일어앉아뒷들창을열고

토담넘어이웃집뒤란으로쏟아지는

아슴프레한햇살을무연히바라봤다.

아..행복하여라.

사람으로살아감에대한가득한행복.

이런풍경앞에앉아깊고깊은우물속같은청랭함과

그속에서넘쳐나오는샘물같은행복감.

이렇게행복하여라.

안채마당으로뒷짐지고나아가니

바깥어르신계신사랑방.

할아버지계셨던듯왈칵,달겨드는향수.

방금까지마루에서목침을베고오수를즐기셨던듯

마루위에부채와목.침

무료함으로혼자화투장으로오간을띠시는데..

인사를드려도귀가어두워서

객의공손한인사를듣지도받지도못하시고..

귀먼할아버지세상은언제나고요하시것다.

할아부지~~할부지?

앞문봉당앞요강단지며

수세미주렁주렁수세미넝쿨

오이넝쿨시원

바람건들.

쓰르라미열락으로고요를깨치면

흰구름잠시영을넘다가쉬고.

게으른낮닭훼치는소리아득.

할머니거처이신안방의정갈한풍경

하품이나오며눈물이찔끔.

이고요한뜨락을

내어찌필설로표현해야마땅하던고?

마루를내려오시며잡으셨을끄내끼를

슬며시잡당겨도보고..

흙마당에앉아손가락으로구름도그려봤다가

그리운얼굴도그려봤다가..

시공을건너뛰어내앞에펼쳐지는

이너무도아름다운풍광에또눈물찔끔.

아..나이오십을넘어서도

이렇게아름다운풍경앞에서는

눈물이나는것이구나.

삽작거리에서어슬렁.

문간채봉당에쪼그려앉아

초가용마루위를흘러가는흰구름을바래다가..

샘물로푸드덕,세안을하고

할아부지사용하셨을세경을들여다보며

흰이를드러내보다.

내가웃고있는것이냐.

세월저편의조선선비가웃는것이더뇨?

토방으로들어와앉아

문풍지를느릿느릿지나가는

늦여름맑은햇살을세다.

뜨락감나무에서는땡감이탱글거리는

초가마을.

그안온한마을에들어

끄덕끄덕졸고앉아

할아부지할무니를그리워하다.

할아부지?

할무니?

여름이가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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