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절아

작은추석날

서울서조선일보라는회사에댕긴다는컨누나가

막차뻐쓰에서빼딱구두를뒤뚱거리며내렸다.

방으로들어서자마자커다란가방이궁금했다.

배고픈데큰누이밥이나먹거든펼쳐보자는엄니의말씀에

마루에나가두레상만큼이나커다란달을바라봤다.

낮에이것저것엄니몰래집어먹었더니

속이그득했다.

콧노래를흥얼흥얼불러봤다.

♬~아가야나오너라달맞이가자~♪

하~~달도참말밝구나.

방에들어가니막선물꾸러미를내놓고있었다.

어른들틈바구니를비집고들어가

누나앞에턱을들이밀고다가앉았다.

"아?우리동생은..그러니까..여기!!"

화!~~왕관마크가선명한전과책과

애송나무로만들어니스가곱게칠해진미닫이뚜겅이달린고급필통

백두산표연필한타스를내놓고도또?

우와!~내추석비슴으로고리땡옷한벌을꺼냈다.

히~~~수지맞았다.

얼마나좋은지웃방으로올라가옷을몸에대봤다.

어라?이렇게커다란옷을??소매도걷어야만할것같고

바지도핫바지모양으로헐렁하니큼직했다.

그래도얼마나좋은지모르겠다.

전과책의매끈한겉표지가형광등빛에반짝거리고
연필심이단단하기로유명한백두산연필에서는

향긋한향나무냄새가났다.

앉은뱅이책상서랍에조심스레넣고안방으로내려갔다.

누나의커다란가방에서는벼라별것이다쏟아져나왔다.

할아버지께드린다는"드롭푸스"라고쓴사탕과자봉지속의

형형색색모양이군침이돌았지만

누나앞이라서내색을하질않고점잖게앉았다.

어차피할아버지께선반쯤은내차지로덜어주실테니까..머.ㅎㅎ

바깥에서애들이놀자고부르는소리가들렸다.
막나서려는데대문께에어른그림자가불쑥들어섰다.

부산에사시는고모가들어오시며

머리에인큰보퉁이가힘드셔서피휴!~피휴!~소리를내셨다.

안에다대고큰소리로부산고모오신다고소리를치니

식구들모두가우루루나오셨다.

신발도못신고버선발로제일먼져달려온엄니가

머리위와양손의짐을받아들었다.

"으뜨키된일이래유..성님?.."

"올케..말말게나.막차가끊겨서밤길을꼬박걸어왔다네."

할머니는벌써부터치맛단을눈께로올려눈물을훔치고계셨다.

하나뿐인고모..
그리고아버지..

달랑남매분만계신데

어른들은고모가청상과부가되셨다고..

고모부가일정시대에징용을당하셨다는..

도통알아듣기어려운말들을하시는걸옛날부터들어왔다.

방에들어가시지도않고마당한가운데서부산고모는

할머니손을잡고꺼이!!!~꺼이!!!~우셨다.

괜스레나도시무룩해졌다.

참이상하다.

어째서어른들은오랫만에반갑게만나서웃기는커녕
우째서눈물에콧물까지행주치마로훔쳐가면서까지우실까몰러.

부산고모는아예마당에퍼지르고앉아통곡하며우셨다.

참이상해..

왜엄청오랜만에오셔서저리

울기부터하는지난도통모르겠다.

사랑에서헛기침을크게하시는할아버지께

고모가큰절올리시러들어가시는걸보며

괜히시무룩한마음이되어바깥마당으로나왔다.

얘들이거의모두나왔다.

벌써내일입을추석비슴새옷들을입고나온얘들도있었다.

징어잡기를했다.

편을가르는우리들얼굴위로훤한보름달빛이쏟아져내렸다.

모두의벙실대는웃는얼굴에는..

이빨만허옇게달빛에빛을발했다.

그기이한모습들에가슴도까닭없이설레였다.

덩덩한달빛아래에서작은추석날밤이이슥토록뛰놀았다.

자정이가까워서집에들어서려니..

변소간초가지붕위에도보름달만큼이나탐스런박덩이가

달빛아래하얀빛을내며눈이부시게아름다웠다.

안방에는아직도불이환하게켜있고..

두런두런이야기소리가들려왔다.

마당가거름자리에서서

진저리를부르르~떨며오줌을갈기며올려다본하늘에는

은하수가빼곡하게박혀있고..

저너미쪽산위로밥주걱모양의북두칠성이

오늘따라유난히반짝반짝빛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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