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소회

고향에서날아온친구아버님의부고한장.

엊저녁문상을다녀오면서많은소회에젖었다.

문상을하며영정으로뵈온친구아버님은유년의날들에서

자주뵈었던아버님의절친한친구셨다.

두양반모두약주의대가여서근동에서알아주는몇안되는

분들중의주류파의핵심이셨다.

아버님끼리도절친한친구이고

우리자식대에서도절친한고향친구로대를이어간셈이다.

하지만우리는국민핵교적부터청년기까지줄곳술아닌공부로자웅을겨뤄갔다.

그렇게하려고그런것이아닌은연중에서서로를올려다보는

진중함이배어있는우정으로키워갔다.

아버님세대에서는막걸리잔을앞에놓고담론을즐겨하시며

교우를하셨다.

주막거리인방죽거리에자주마주앉으셔서목청을높여이야기하시고

얼콰하니취기가오르시면호탕한웃음소리

신작로까지들려왔다.

아부지를모셔오라는할머니의심부름으로주막집앞미류나무뒤에서

이제나저제나나오시길기다리다가

주막집문을비긋열고모기만한소리로아부지를부르면

친구아버님이먼저들으시고내손에지전을쥐어주시며연필공책을

사라고머리를쓰다듬어주시곤하셨다.

허면

나는순순히물러나와한정없이기다려야했다.

하얀낮달이서서히노란빛을발하고앞뒷산이어둑어둑땅거미가내리면

미류나무아래앉아무릎을세우고무릎사이에얼굴을묻고

핵교에서배운동요를부르곤했다.

그친구아버님께서돌아가시고영정으로다시뵈니

상주인친구앞에울컥,눈물이솟구쳤다.

올림픽나던해에돌아가신아부지와친구아버님의사진이겹쳐지면서

아부지를향한회한이

저녁조수같이물밀듯밀려오는것이었다.

친구는상주임에도술이얼콰해져서내등을토닥이면서

거꾸로내가위로를받는지경이돼버린것이었다.

아부지의과하셨던약주로집안이완전히기울어졌던것에

비하여친구아버님은그러시질않으셨다.

친구는돌아가시기얼마전까지소주를맥주컵으로드셨다는

그아버지를따라술을엄청좋아해언제나만취상태로

밤을꼬박지새우는술실력을과시하다가건강을잃고고생을하지만

나는젊은날술을입에전혀대질않고술을절대멀리했다.

아버님입관식에소주병을사다가아버님머리맡에함께묻어주시며

형식적인곡이아닌통곡으로아버님을보내시던모습이

친구아버님영정앞에서어제인듯떠올랐다.

작은것들에서희비의엇갈림이교차되어지고

한세대가저렇듯흘러아버님세대는완전히사라져간것이었다.

서울과부산과경주등지에서속속친구들올라오면서

상가가왁짜해질무렵화투판이벌어지고

화투판난장과매케한담배연기속에서

어깨넘어화투패판을들여다보다가

친구들등뒤로스르륵,누워설핏잠이들었다깨어나니

자정이넘어가고

반수이상의문상객이빠져나간고요가찾아들었다.

그제사옆을지키던상주가다가와손을잡고뭔소리인지많이했지만

윙윙거리는귓속과엄습하는잠속으로자꾸빠져들었다.

살아가는일이촌음과같이지나가는허무함을

이렇듯아버님친구분문상을다녀오면서새삼스레깊은생각에들었다.

점점겉치레형식화되어가는관혼상제가유감이다.

그냥맥없이봉투를만들어식사나하고돌아서면그뿐인형식.

옛날아버님을보내드리면서3일장으로굴건제복에곡을하면서

대나무지팡이를의지하여문상객을맞으며예를차리고

거적떼기위차가운봉당아래에서

동네사람들이피워준모닥불온기로삼일밤낮을지새우던

아버님적장례를떠올리면서

무언가중요한것들을잃어가고있는것은아닌가생각했다.

사람이이세상에태어남과

결혼을하고

이세상을떠나가는

이세가지의인륜지대사가점점형식에묻혀져

사람값어치를잃어가는것은

스스로의사람다워짐을포기하는일이다.

돈과물질만으로척도되어지는삶의결론만중요할까?

사람다웁게살아가는과정과그과정에

정성과마음을다해예를차리는것.

사람다움으로스스로를높이하는일.

아버님입관식에소주병을사다가

당신친구인아버님머리맡에함께묻어주시며

형식적인곡이아닌통곡으로아버님을보내셨듯

친구아버님영정앞에서눈물로예를갖춰문상을다하고

문상을다녀오는새벽길에

가슴이촉촉하게젖어드는회한과

잔잔한소회에들었다.

글을쓰고앉아있는창문으로

구름이유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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