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어디서 너는 – 기형도 –

아이야,

어디서너는온몸가득비를적시고왔느냐.

네알몸위로수천의강물이흐른다.

가슴팍위로저세상을향한강이흐른다.

갈밭을헤치고왔니.

네머리카락에걸린하얀갈꽃이

누운채로젖어있다.

그갈꽃무너지는서산을아비는

네몸만큼의짠빗물을뿌리며넘어갔더란다.

아이야

아비의그구름을먹고왔느냐.

호롱을켜려무나.

뿌옇게몰려오는소나기를가득담고

어둠속을흐르는,네눈을켜려무나.

하늘에실노을이서행(西行)하고어른거리는불빛은꽃을쫓는다.

닦아도닦아도흐르는꽃술(花酒)같은네강물.

갈꽃은붉게붉게익어가는데,아이야

네눈가득

아비가젖어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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