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내
비만내리는
작은추석날에
잠에서깨어일어보니
아이들과안해가송편을빚어놓았다.
종일내뒹굴방굴하며
남자의자격에인간극장을감동으로보다가
타관에서고생한아이들이방에들어긴낮잠에들면
이책저책을읽어도보다가
혼자심심할까봐추석제례음식을만들던안해가
또내오는주안상에또술한잔.
어느덧하루가저물어갔다.
아이들을깨워국순당막걸리를
다시차려내온주안상앞에
취기오른시야가어둑거리며
눈꺼풀이무거웠다.
그러다가슬몃안방으로들어와
나도모르게설핏빠져든꿈속으로고향마을이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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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교를댕겨오면작은누이를따라
뒷산높은봉우리에올라솔잎을땄다.
순전히조선소나무에서따야만했다.
까치발을들어가며
조금만잘못하면낭떠러지에구를까봐바들바들
힘겹게한소쿠리따서산에서내려오면
마을전체로낮은저녁연기가깔리며
서산의불은노을이지고있었다.
샘가에잘씻어물기가빠지게하고선에
할머니와엄니께서다식을만드는모양을바라봤다.
봄날송홧가루날리기바로전에
채취해다가놓은송홧가루의샛노란가루와
벽장에서누이와내손을타면서줄어들어만가던조청을개서
다식틀에넣고찍어내는모습을바라보면
졸음이살금살금뒷통수까지다가오곤했다.
그노무조청은추석이오기까지얼마나누이와나를
참을성없이감질나게했는지모른다.
핵교에서돌아오면먼저다락에조청이궁금했다.
작은누이와웃방농짝에서베개들을꺼내다가
다락아래에정성들여쌓았다.
올라가는역할은남자의자격으로내가맡았다.
작은누이가엉덩짝을손으로받쳐주면
간신히다락벽에붙어서
양손으로다락문턱을잡았다.
그다음은철봉질을하면서바둥거리며한쪽다리를
다락문턱에걸치면베개들은우르르무너져방바닥으로널부러졌다.
이젠그건상관없는일이다.
조청이있는다락에올라왔는데베개가뭔대수인가.
머리끝이곤두서도록신나는일이었다.
손가락을조청단지에푹,박았다가빙빙돌리면
손가락가득칭칭감겨올라오던조청은
입을한껏벌려도들어가질않았다.
손가락중간부분까지만넣고
입안으로들어오던조청맛은죽음그자체였다.
신선놀음에도끼자루가썩는다고했던가.
한번만먹고내려오마고굳은결심을했굼서나
올라가앉은마음은이미김중배다이아반지에변심한심순애가되었다.
다락아래안방바닥에서
이제나저제나손가락가득조청을감아내려올나를기다리는
작은누이는안달복달난리가났다.
마실가신할머니가돌아오시면난리가날것은뻔한일.
창호문에달린쪽유리로바깥을내다보다가
양손을가슴에모으고방을왔다갔다
콩,콩,뛰는가슴을부여안고
징징거렸다.
그소리에다락문턱으로다가앉아
안방을내려다보면까마득한방바닥에속이울렁거렸다.
누이몫조청을손가락에감아들고내려가려고
바들거리며문턱에내려서려는데
갑자기오즘이마려워서부르르~진저리를치며
다시다락으로도로올라와야했다.
작은누이는그예끈겁먹은얼굴로일그러지면서
징징울기시작했다.
이거큰일이난것이다.
다시내려가려고용감히두눈을질끈감고양발을내려뜨렸는데?
두발만허공을휘저으며베개에발끝이닿지를않았다.
고개를빼꼼틀어내려다보니
장고개낭떠러지까마득한꼭대기보다더깊은방바닥에
속까지울렁거리며
식은땀이등까머리에스멀거리는것이었다.
다시철봉대를오르듯젖먹던..아니지.
조금전조청먹던힘까지쥐어짜
다락으로다시오르면방안으로노랗게퍼지던
뒷문의샛노란저녁햇살.
누이도칭얼거리다가무너져내린베개를베고잠이들고
어두컴컴한다락에쪼그리고앉아있으면
엄니가장에서사다가쟁여놓은북어냄새가구수하니
야속하게도꼬르륵,허기지게만들었다.
고개를무릎사이에뭏어놓고
나도설핏잠이들었나싶었는데
다락문짝이활짝열리고
마실가셨던할아부지의허연수염이
등잔불빛에희미하게비치면서
내얼굴가깝게다가왔다.
"허,허,니할미에게들키면우짤라구."
"히잉~할아부지."
"어여이리내려오니라."
할아부지의우둑한손이겨드랑이로들어오면서
안도의한숨이폭,쏟아졌다.
치외법권지역인할아부지사랑방으로피신하여
혼곤한잠속으로빠져들면
작은추석날이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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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추석날인
오늘
먹고마시고
또마시고먹고
이러다뭔일나지싶어
술한잔얼콰해져서
내좋아하는막걸리를앞에놓고도
방으로들어와쓰러지듯한잠자고일어났더니
셋이서송편을빚어놓아나만함께만들지못하였던것이다.
게슴츠레거실에나와
어리둥절서있는나를바라보는
얼굴들사이로
할아부지할무니얼굴을찾아봤다.
할아부지?
할무니?
어디기신가유?
야?
보고싶어유.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