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 고향

낮에제례음식을들고성묘를다녀온고향마을이

저녁판에자꾸눈에삼삼어리다.

어스름저녁

적토마에몸을싣고다시또고향마을로넘어가다.

내다니던쌍봉핵교운동장에는아무도없고

서녘으로서서히노을이지고있었다.

고향마을높은봉우리동네로들어

쓰러져가는고향과마주하다.

내고향집바로앞집은

서있는것이서있는게아니었다.

쓰러져가는것이어디집뿐이랴.

논배미벼나락들도쓰러져가고

고향을찾은내마음도모로눕듯스러졌다.

고향집뒷집바깥마당조갑지나무도더이상조갑지를열지못한지오래.

헐리고무너진고향마을.

헐리고무너진고향사람.

헐리고무너진고향마음.

저녁새서쪽으로날아넘는고향뒷산.

오늘이추석날인데

동네안길에도사람자취없이

내놀던뒷동산으로노을이물들고

고향이울며너울너울넘어간다.

조부모계시고아버지계신선산으로

쓸쓸히지는저녁노을.

추석날저녁을꽹과리난장으로벅구니를치던

거북놀이내동무들어디로갔느뇨.

이저녁다어디로갔는고.

돌아오라,

고향언덕어스름

새끼줄에수수잎엮어거북이옷만들던

저건너수수밭머리로.

돌아오라,

초가마을골목쟁이를지게소쿠리뒤집어쓰고놀던

무기장터왕초거북이내동무야,

왕초거북부영이는어느덧이승아닌저승으로

거북걸음을하고

차마넘어가선다시돌아오지않는고향.

다어디로갔느뇨.

나홀로적토마몰아

어스름고향언덕을쓸쓸히넘어가노니.

하늘로도더이상갈곳이없고

땅으로도더이상갈곳이없고

전신주끝허공으로도더이상나아갈곳없어

시름없이황혼으로늙어가는고향.

왕거미허공을짓고

쓸쓸히넘어가는뒷동산의황혼.

고향마을로하나둘씩

등불이켜지고

이내어둠에뭏혀가는내고향.

가뭇히어둠으로파뭏혀서보이지않을때까지

내동무들을기다리고

어릴적동네거북패거리들을기다리다가

마실다녀오시는고샅길에서할아부지를기다리고

어둑한주막거리에서동네안길까지

막걸리술로비틀비틀걸어오실아부지를기다려도

아무도오지않는

쓸쓸한어스름녘

추석.

고향에찾아와도내그리던고향은아니러뇨.

적토마야,적토마!

쓸쓸한추석고향을저리두고

이밤길을어이돋워넘어가려느뇨?

나만홀로남겨놓고

다어디로갔는고.

적토마야,다시가자꾸나.

내놀던옛고향

옛동무들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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