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산에서

이곳고향에는

논배미에벼이삭들이고개를숙여가면서

가을이익어갑니다.

적토마를몰아오랜만에산으로올라가는길입니다.

돌자갈이바퀴에서튕겨나가산비얕아래까지날아갑니다.

하지만마음은가을산을향하여산능선을넘어갑니다.

산에오르면산삼한뿌리를먹는기분이라

이보다더좋을수가없습니다.

어린날엄니따라장터를따라갈때

제입이귀에걸리는날이었습니다.

오늘이그좋은날입니다.

풀섶이우거져적토마가우둥당탕!~말갈기를휘저으며

앞발이비틀거립니다.안되겠습니다.

이쯤에서고삐를매어놓고배낭을꾸려올라야쓰것습니다.

가을은가을입니다.

저어여쁜야생화의자태를좀보아요.

반하지않고어찌배기겠습니까.

사람이꽃보다아름답다고요?

저들꽃을보고도그런말이나올까요.

어이쿠야!~발이꼬이면서고꾸라질뻔하였습니다.

산꽃에눈을빼앗겨마음이풍선같이벙벙합니다.

저꽃자리에넘어지면행복입니다.

보아요,보아요.

쟤들이나를지켜보고인사를합니다.

나도손을살짝들고최대한멋지게인사를나눕니다.

"얘들아,너희는아무도보아주는이없는데어쩜그리예쁜자태를뽐내고있니?"

쟤들좀보아요.

저래도사람이쟤들보다예쁘다고요?

돌투산이자갈길입니다.

지난여름장맛비에이리저리패이고고랑졌습니다.

하지만발바닥에닿는감촉은그만입니다.

아스팔트에길들여진나의수고스러운발이이런흙길산길을만나면

뒷끔치부터발가락끝까지간질건질깐질경쾌해집니다.

이런길을많이걸어야발건강이찾아지고

몸건강이찾아지면서

정신건강도단단해지는분명한자연의이치가존재합니다.

저런길이면하루왼종일을걸어넘어도좋을것입니다.

저길에서는

곁에한사람만동행하여야만합니다.

호젓한길에는조용한사람과함께묵묵히걸어야합니다.

산길에는

산새같은사람과

들길에는

들새같은사람과

논길에는

뜸부기같은사람과

밭길에는

뻐꾸기같은사람과

그렇게걸어갈일입니다.

그런사람과함께라면

풀섶이앞을가로막아도즐겁습니다.

묵묵히앞서가면

뒤에서묵묵히따라오는多情한사람.

저산길을가다가

가끔씩뒤를돌아다보며

싱긋,미소만띄우면됩니다.

꽃도아닌것이

억새도아닌것이

갈대더욱아닌것이

저리귀공자같이귀티가납니다.

아기엉덩이도아니면서

보드라운새악시볼도아니면서

이리순하고예쁘게산길에서수줍어합니다.

손으로쓸어보는감촉

저이끼감촉을느끼십니까?

산에들어서

손바닥이호사를합니다.

어느愛人의손길이이만큼보들보들생기가득전해집니까?

가다가다시돌아와앉아

다시쓰다듬어줍니다.

비가오려는지갑자기하늘이컴컴해집니다.

이산중에서비를만나는것

그리싫지않습니다.

뛰어갈일도없습니다.

비를피할일또한전혀없습니다.

그예끈쏟아지는비.

날아가던잠자리가코앞에앉았습니다.

다가서도미동도안합니다.

후드둑!~떨어지는빗방울이이산중에서는차라리상큼합니다.

발아래가금새젖습니다.

질경이입니다.

이산중에는오염될만한그무엇도없으니

완전무공해청정식물입니다.

안해가질경이를채취합니다.

둘러보니온통질경이밭입니다.

인터넷을보니

한의학에서는질경이를불로장생초정도의반열에올려놓았습니다.

어린날에는토끼풀정도로만알고

삼태기를들고나가면금새수북히담아다토끼장에넣어주곤했던토끼풀이

그렇게사람몸에귀한것이었는지어리둥절하기까지합니다.

약탕기에끓여서

엄니가드시고

내가먹고

안해가마셔야쓰것습니다.

산기운을받아산삼에버금갈게뻔합니다.

오장육부를다이롭게한다고안해는

산야초상식을하나하나나열합니다.

산길에앉아질경이를채취합니다.

이것이야말로일거에양득이지뭡니까.

이것은또무엇입니까?

이산중에참나무나무둥치에다닥다닥붙었습니다.

일단범상치않은버섯을취해봅니다.

가만들여다보니

이끼위에소복히우담바라가피었습니다.

신비한식물이라고도하고

누구는잠자리알이라고도합니다.

호사가들이지어낸말인줄을알지만아름답고도

신비로운식물임에는틀림없습니다.

비가긋고

물봉선이함초롬히고개를숙이고

정숙한산색시가되었습니다.

무릎을꿇고가만들여다봅니다.

낮은꽃을보려면

그앞에서

고개를숙여야합니다.

그앞에서무릎도꿇어야합니다.

삶의꽃도무릎을꿇어야보입니다.

산밤이떨어졌습니다.

분명청설모나다람쥐의짓일겝니다.

벌써밤알갱이를날라다둥지에쟁여놓았을겁니다.

??..

에쿠야!~놀래라.

산노루가바로옆에서후다닥!!~산위로올라챕니다.

순간그놈의순한눈망울과눈이마주쳤습니다.

놀라기는제놈이나나나매한가지입니다.

뒤에처진안해는그것도모르고질경이에만눈길을주면서

귀에는Mp3음악을꽂아서눈치를못챘습니다.

말하면겁을잔뜩먹고어여내려가자고보챌것이뻔하니

그냥나혼자만알고맙니다.

다시고요가찾아들면서

산아래명적암에서목탁소리만가느다랗게들려옵니다.

안해가배낭을내려커피를만듭니다.

산에서마시는커피맛은향이더욱짙습니다.

아마도맑은공기에더욱커피향기가진해지는모냥입니다.

바로앞에들꽃이꽃꽂이를한듯

수묵화로그림한폭을그려낸듯

귀품이있습니다.

이렇듯가만둘러보면

우리가무심코지나치는것들이산에는너무나많습니다.

그것을간과하고

산정상만올려다보며

갈길만부지런을떠는것은

산에대한많은예의가아닌

결례이지싶습니다.

저갈꽃은

또군자와같은자태입니다.

산에도모든만상들이인간사를닮아있습니다.

인간세상에만기품이배어있는것이아니였습니다.

긴여름날뜨거운볕과장맛비를견디고

저리기품을갖춰꿋꿋히선비같이서있습니다.

들꽃은

산길그어디에자리를잡고있을지를압니다.

그리고언제갈꽃으로스러질지를알고서있습니다.

떠날때를알고떠나는뒷모습을

산야초들꽃들은

아름답게남길줄을압니다.

그런꽃자리를나비가앉아쉬어갑니다.

바람도쉬어가고

아침이슬도앉았다갑니다.

우리도저렇게살아갔으면참좋겠습니다.

스스로겸허한마음이면

산에게서많은것을배웁니다.

스스로낮아지면

산의진정한아름다움으로깊이들수가있습니다.

스스로아름다운마음이면

산의온아름다움이나를에워쌉니다.

안해가무엇을발견하고몸을낮춥니다.

질경이를뜯다가

그옆의들꽃도보아줬으면좋겠습니다.

산아래에서

이들꽃보다어여쁜사람을만나보았는지요.

산아래에서

이산꽃보다예쁜사람을만나보았는지요.

산아래에서

이보다더향기로운사람을만나보았는지요.

산아래에서

이보다더아름다운길을걸어가봤는지요.

산길에매어놓은적토마있는곳까지내려왔습니다.

이렇게좋은날은

스스로짓는것이었습니다.

깊디깊은행복또한

내안에서일궈스스로짓는일이었습니다.

안해가경쾌한발걸음으로앞서내려갑니다.

저건강함을찾은

뒷모습자태가어여쁩니다.

산에는

가을이점점깊어가고

들에는벼들이누르렇게익어갑니다.

적토마를타고들판을가로질러돌아오는길에

벼익는냄새가가득풍겨왔습니다.

오늘

이좋은날에

산에서산삼한뿌리를먹고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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