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BY glassy777 ON 9. 19, 2011
오랜동안가보지못했던희망재활원가는길.
출장길에들러재활원에들어서자마자반색을하며반겨주는마흔여섯의노총각임종우씨.
나도반가워지금당장하고픈일이무엇이냐고묻자마자실내에서바깥으로나가는일이란다.
흐린날씨로약간씩내리는비지만햇볕이없어활짝웃는좋은날.
원장께허락을득하고우선윗동네로길을잡아가는데뭐라고큰소리로기쁨을나타낸다.
선천성뇌성마비로몸과마음이따로움직여외롭게시설에서살아가는종우씨는정신만은정상인에가깝다.
몇차례의만남으로이제나를형같이대하는데그마음이가슴으로안겨온다.
막내보다한참아래이니형님아우로지내자고하니손뼉을치면서좋아라한다.
삼백예순날을침대에서만누워지내는14살용우의점심식사를도와주려는데오랜만이라고내얼굴을만진다.
양치질을도와주면서먼저내게고백했던짝사랑에대하여이야기하자양치거품을물고수줍어한다.
즉시짝사랑은혜양을불러내사진을함께찍을기회를만드니입이귀에걸린다.
다시바깥들판으로나와서는금새침울한표정을한다.
어쩌랴스물아홉꽃다운아가씨와마흔여섯노총각의이루어질수없는사랑을앓는저쓸쓸한뒷모습을.
동네정자에앉아바위같이무거운짝사랑마음을달래주려고크게[바위고개]를불러주었다.
그노래에얽힌애닲은사연을간략하게이야기하고애상에잠긴3절까지불러줬다.
뒤에서밀지도않았는데혼자쓸쓸히앞서가는휄체어.
들판에는쓸쓸한계절의가을이오고억새꽃이필무렵.
닿을수없는먼사랑임을길게설명을해주고는먼들길을바라보는종우씨를지켜보는마음또한짠하다.
꽃같이지나가버린젊은시절의암울했던가족사와어두웠던기억들을꺼내떠듬떠듬입을열어갔다.
어머니를여위고도달려가지못했던고향.
집안의장남으로칠십여섯의아버지연세를정확히기억하는
사십짝으로늙어버린자식된마음.
단한번도누구에게서사랑받지못했던지난날들.
내게형님이라고부르면않되냐고묻는다.
기껍게앞으로형님아우로지내자고했다.
미국의막내보다나이가아래이니내가말을놓아도되냐고물었더니
환한웃음으로반색을한다.
나는한가지조건부를달아그를받아들이고자했다.
한달에두권의책을읽는사람이면좋겠다고하니
혼쾌히약속을하고다짐까지했다.
자신은고개가잘서질못하며
오래못견디게아파서티브이도잘보지못한다면서
신체적인고통을토로하기에
내권유를받아들였다는것에우선칭찬을해주고
사람으로살아감에절대필요한희망.
그희망에대하여진지하게이야기로풀어가듯나누고난연후에
급한대로지니고있던갤럭시텝을꺼내서
내가쓴유년의글들을꺼내낭송하듯읽어줬다.
귀를기울여들어줘서고맙다고
5분읽고30분쉬더라도책읽는습관을꼭몸에익히자고
그러면몸이그에적응하여차차책읽는분량이많아질것이라고
이제껏육신으로인하여원활치못했던바깥의큰세상을분명코책속에서찾을거라고
다음에는몇권의좋은책을가져와종일내옆에앉아읽어주겠노라고약속했다.
40분여의글들을읽어주는내내
무언가골똘해지는표정을나또한종우씨얼굴에서읽었다.
나는글을읽어주고
종우씨는내게종우씨의짝사랑마음을읽게해주었던오늘.
우리는서로가마음읽어주고
책을읽어주는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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