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서의 단상

높은봉우리를오르며걷습니다.

산길을스쳐서지나치는

많은사람들의표정을봅니다.

각양각색의얼굴이지만표정만큼은많은차이를봅니다.

앞과봉우리만보고죽어라걷는사람.

옆사람과이야기를나누며시끌왁짜걷는사람.

넉넉한걸음새로주위풍광을바라보며걷는사람.

10중8,9는전자였습니다.

후자인사람은그닥많지가않았습니다.

잠시쉬어가는것에도여유를주질않습니다.

산꼭대기를오르는것만이등산의목표인듯걸음을재촉합니다.

천천히쉬어가는사람에게오히려짜증을부립니다.

등산이어찌정상을오르는것에만목표를삼아야하는지요.

날짐승들도집으로날아들때는직접둥지로날아가질않는다고합니다.

이가지저가지를옮겨가며앉았다간다고합니다.

산짐승들길또한산을빙둘러서나있다고합니다.

사람들은산에서조차빨리빨리걷는것으로조급함을감추질못합니다.

심지어는구불구불한길을참지못하여직선으로오르는사람도있습니다.

아름다운자연의품안에들었으면

그품에안겨서포근포근걸어갈일입니다.

산을오르면서

산길에서깊어지는단상들이참좋습니다.

8부능선쯤이면나타나는산아래세상을내려다보는기쁨.

산정에서바람을맞으며느끼는감회.

오후햇살을받으며내려오는하산길에서의계절감각.

이모든것을산을오르면서배워갑니다.

자연에서는배울점이무궁하고무진합니다.

그것을알려고도안하고

요란하게산을오르고야단법석으로산을내려오는것은

산에대한예의가아닙니다.

산을오르면서

산에게서겸허함으로

산이들려주는많은묵언을새겨가며

산길을갈일입니다.

봄은설레임으로

여름은치열함으로

가을은담담히깊어짐으로

산을오를일입니다.

가을에는산도깊어집니다.

산을따라마음도깊어집니다.

산을사랑하면

산은나를더많이사랑해줍니다.

산길을갑니다.

말없이…

산위에서

-김소월-

산위에올라서서바라다보면

가로막힌바다를마주건너서

님계시는마을이내눈앞으로

꿈하늘하늘같이떠오릅니다

흰모래모래비낀선창(船倉)가에는

한가한뱃노래가멀리잦으며

날저물고안개는깊이덮여서

흩어지는물꽃뿐안득입니다

이윽고밤어두운물새가울면

물결조차하나둘배는떠나서

저멀리한바다로아주바다로

마치가랑잎같이떠나갑니다

나는혼자산에서밤을새우고

아침해붉은볕에몸을씻으며

귀기울고솔곳이엿듣노라면

님계신창아래로가는물노래

흔들어깨우치는물노래에는

내님이놀라일어찾으신대도

내몸은산위에서그산위에서

고이깊이잠들어다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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