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읍내농협에내려갔다올라오는길에


지금운동장가장자리벤치에서


이편지를씁니다.




운동장으로아이들웃음소리가


가을하늘만큼이나높습니다.




앉아있는벤치옆으로


바람에한잎두잎나뭇잎이


허공을그리며떨어지는가을이됐습니다.

벌써한계절이바뀌는모양입니다.




편지지위로가랑잎이떨어집니다.




이너무도고즈넉한풍경앞에앉았노라니

잊고살았던얼굴들이하나씩떠오릅니다.


가을빛먼산바래기를하는


이애틋한심중을


어찌


세월에다다실으려는지모르겠습니다.






길가채마밭을바라보면서도


문득그리운얼굴들이떠오르곤합니다.


그립다고써보다가말고

그냥긴세월이지났노라고만씁니다.

어쩌다생각이났었노라고만씁니다.

살아가다가

그리울때도있었노라고

그렇게만씁니다.


누르렇게변해가는가을들판에서서


양팔을벌려바람을안아드는이마음을


편지행간마다에실어


이렇게부쳐봅니다.


수신인도없이

우표딱지도없이

빨간우체통앞에서만서성거리는이가을날



세월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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