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여름한철

푸르던벚나무잎사귀들이

아침교정어지러히이리저리흩날립니다.

아침청소로아이들이낙엽을쓰는데

가슴한켠이휑당그레무너지듯했습니다.

그리운사람들을만나지도못했는데

이렇게계절이가버리나싶었습니다.

바람에날린벚나무낙엽몇잎이머리위를선회하다가

생활관구석댕이로처박히듯쓸려갑니다.

세월이란이렇게가는것이던지요.

산너머첩첩

아득히먼그리움들에게

제대로된안부도전하지못하였는데

낙엽지듯세월이이렇게갑니다..

먼세월저편

구석댕이에남아있는그리움을

벚나무아래가을낙엽한잎에실어보내노니…

그리움아,내먼그리움아.

아득한세월저편에서

안녕히잘있느뇨.

목계장터

-신경림-

하늘은날더러구름이되라하고

땅은날더러바람이되라하네.

청룡흑룡흩어져비개인나루

잡초나일깨우는잔바람이되라네

뱃길이나서울사흘목계나루에

아흐레나흘찾아박가분파는

가을볕도서러운방물장수되라네

산은날더러들꽂이되라하고

강은날더러잔돌이되라하네

산서리맵차거든풀속에얼굴묻고

물여울모질거든바위뒤에붙으라네.

민물새우끓어넘는토방툇마루

석삼년에한이레쯤천치로변해

짐부리고앉아쉬는떠돌이가되라네.

하늘은날더러바람이되라하고

산은날더러잔돌이되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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