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달

유년의어스름녘.

올벼를벤논배미에서벼이삭을줍다가

하늘을올려다보면

해지는서쪽하늘로줄을서서날아가던

저녁기러기행렬.

먼마을에는저녁연기낮게깔리면서

나를부르는엄니목소리.

집마당으로들어서면

웃마루에서국수를하시는엄니.

홍두깨로뒤집어가며국수꼬랭이남겨주실까

턱괴고엎드려숙제를마치면

제비꼬랑지만큼남겨주시는국수꼬랭이를

부엌아궁이에얹어두었다.

부엌부뚜막옆에서풍구질하시는엄니에게

스르륵,기대면졸음이일렁이던아궁이옆

엄니행주치마에서는구수한저녁연기냄새가났다.

졸리움에과자같은국수꼬랭이를

아궁이에서꺼내들고

안방으로들어가면서벗어던진검정고무신이

봉당에서마당으로떨어지면

다시주워다가댓돌위에나란히놓을적에

마루끝처마밑으로떠오르던

샛노란눈썹달.

오늘저녁.

초저녁잠에드신엄니방에

요강을들여놔드리고나와서

무심코어두운하늘을올려다보니

서녘하늘로새하얀눈썹달이

그때그시절같이

어여쁘게도떠간다.

이밤

눈썹달을

그윽히올려다보며

가만히귀를기울이면..

고향땅

먼마을로

저녁연기낮게깔리면서

나를부르시는

엄니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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