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모래기슭
하늘이열린개천절.
서해로서해바다로.
여름이지나간바다는얌전히파도소리를들으며앉아있었다.
여름을이야기하던망루에서바다를바라보면아무도없는바다.
파도소리를들으려넓은백사장을걸어바다로나아갔다.
누구는포구구석진해안선에서하얀포말로부서지며퍽,퍽,울고..
누구는홀연히바다에서멀리떨어진산위에올라수평선을바라보며눈물지었다.
바다가보이는언덕에서흰물결이밀려오는바닷가모래기슭을바라보며턱괴고앉아한나절.
그리운생각은가히없는수평선으로멀어지고..
왈칵,무릎아래로다가서는그리운얼굴.
바다쪽을향하여우두커니.수평선을향하여철푸덕.
그리운내님네는어디계신고.
철지난바닷가를거니는몇몇의무리를바라보며
해안선하구둑에앉아바다를향하여점심을에우다.
눈부신바다쪽에서불어오는해풍에그리운안부를묻는바닷가모래기슭.
반짝이는먼바다빛을가슴으로안아들이고
바다를향하여외로운깃대하나를꽂아놓고그리움으로서있었다.
조개를캐는바닷사람들의무리.
맑고투명한바닷물에쏟아지는가을볕.
그고요한갯펄에서바다로나가지못한물고기한마리.
문득고개를들어보니점점히떠있는뱃전에저녁빛이비춰들고.
노을진바다위를자맥질하는갈매기몇마리.
낮달로어리는눈물.
붉어지는눈자위.
그리움아,어디있는고.
달이지는데..
바다가옆에있어도
바다가그립고
詩를읽고있어도
詩가고프다.
-詩人정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