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人國

그때가아마도국민학교4학년쯤의

어린이연속극의주제가였으리라.

그당시쌍봉이라는마을에아래사진과똑같은

금성라듸오를갖고있는사람이

각마을마다에삐삐선을깔아놓고

노란네모꼴의베니다로짠상자스피커를

각집의마루기둥에달아주고라듸오방송을

종일토록송출했다.

전기불이들어오고몇해가지나서

접하게된두번째의문화혜택인셈이다.

장치라곤大,中,小로소리를조절하는

조악한손잡이하나가매달려있었고

베니다상자가운데로둥근구멍을만들어서

모기장같은얇은망사로살짝가린스피커였다.

어찌나신기하고이상한지

그상자통속에개미만한아주작은사람들이

바글빠글들어있는줄로철썩같이믿고있었다.

그요술상자로는아침새벽바람으로

사랑방에서건너오신할아버지께서먼저"이순신"이라는

아침연속극방송을들으셨다.

그아침연속극에는원균인가하는장수의모함으로

성웅이순신장군이위기에처할때마다

할아버지의허연눈썹은오르내리셨고

난학교자연시간에배운나쁜균과같은사람이원균이라고

생각을했었다.

핵교에서돌아와땅거미가어둑할때

내가스피커로듣던것은어린이연속극"노란꽃하나"였다.

어찌나주인공인또래아이가불쌍한지

아릿한마음으로들었다.

그연속극주제가를지금도생생하게기억하여부르곤한다.

♬~~외로히피어난꽃노란꽃하나

보고싶은우리엄마노란꽃하나

엄마엄마멀리떠나외쳐부르면

메아리만들려온다노란꽃하나~~♪

다음이고단한논밭일을끝내시고

늦은밤에부모님과할머님이들으시던밤연속극

"삼현육각"(三絃六角)이라는고전극화였다.

매일끝날때마다

아슬아슬하게끝나버리는통에

아버님은양무릎을치시며아쉬워하셨고

엄니께서는낮은한숨소리를내셨다.

그것이스피커앞의

매저녁마다에벌어지는우리집풍경이었다.

그스피커의신비감이깨져버리는날이그예끈왔다.

가을이면일년치의청취료를걷으러

쌀자루를메고방송실아저씨가마을마다돌아댕겼다.

쌀한되박으로일년치청취료로받았던것이다.

그아저씨가와서는스피커를마루기둥에서뚝,떼어내서

뒤집어놓고는솔로안쪽의먼지를청소를하셨다.

아..철석같이있으리라믿었던소인국의사람들은한사람도없고

시커먼헝겊같은곽껍데기가둥근테속에있었고

달랑말굽자석하나.

나의신비했던마음은여지없이깨어지고말았다.

그일년뒤전축이라는것을

아버님이등짐으로지고오셨을때도

시커먼지름떡같은L.P판이빙빙돌아가며

앵두나무우물가를몇번이고돌아나가다가는(바늘이넘쳐서자꾸반복이됐음)

며칠후그앵두나무처녀가소박을맞고

우리집에서다시쫓겨간그농짝만한전축에서도

더이상은신비감을갖질못하였다.

그스피커속의소인국이존재했던

그어린날이두고두고그립기만하다.

갈수만있다면그어린날로다시돌아가고프다.

허기진배를우물가샘물로벌컥,벌컥,채우면

스피커에서들려오던나른한[김삿갓북한방랑기]의

애조띤노랫소리가

아련하게집안마당가득퍼져나아가던

그그립고행복에겨웠던

유년의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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