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를 향해 -박재삼-

제주성산포에처음으로
쫒겨오듯와서
어쩔거나
화산분화구같은곳에빨려들듯하면서
햇빛속에세상은이리허전하고
밑도끝도없이묻히고싶구나.

멀리바다에서는
바람과함께
하얀파도가
연방밀려와서는
천년전에도했을
지겨운반복을귀찮지도않은지
허무를향해부지런히하고있고
아,가까이유채꽃은
눈이모자라게흐드러지게피어
이승의마지막처럼눈부신데
사람은한번
지독하게사랑을한들
반드시끝장이있는사실을
곰곰이새로느끼며
파도의영원을멍청히보고앉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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