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을걷이

교정구석의담장으로발갛게구기자가가지가휘도록열렸습니다.

가끔씩새들만날아와쪼아먹다가날아가는나무아래로구기자가오로로떨어졌습니다.

심심파적으로구기자를따는데새들도옆가지에날아와지저귐요란스레함께가을걷이를합니다.

호박줄기꺼칠한가시로손등에생채기가나지만열매를따는재미가쏠쏠합니다.

비닐봉지가꽤묵직할즈음기지개를한껏펴고교무실로막들어가려는데누군가부르는소리.

뒤돌아보니반가운한솔이얼굴이있지뭡니까.

작년졸업생으로여학생전교짱이었던학생입니다.시방은부산에서어엿한여고생으로학교홍보대사

까지하면서제넘학교의모범생역할을한다고자랑하는어머니입가가벙긋~벙긋합니다.

참속도많이썩이던녀석입니다.이녀석에게공력을쏟아그결실이이렇게아름한솔합니다.

지난스승의날도멀리에서예까지달려와꽃바구니를안겨주더니만오늘은또개교기념일을이용하여

일부러먼길을달려왔지뭡니까.

이렇게좋은날이올줄은몰랐다고두모녀가연신환하게웃으며이모두선생님으로인하여얻어진

것이라고지난일들을이야기하는데제마음도뿌듯해지며농군이가을걷이를하고보람찬눈으로들녁을

바라보는심정이었습니다.

내년에후배들을위하여하루강연을해주면좋겠다는내제안에기꺼운마음으로그러마했습니다.

말썽부리고방황하는넘들에겐아마도선생님들보다야제넘들직속선배의치열했던경험담이많은효험이

있어줄것이당연지사입니다.

돌아가는모녀의뒷모습이어찌나대견스러운지

한참을가을걷이농군의마음이되어바라보았습니다.

퇴근하며구기자를가져오니안해가반색을합니다.

마루에널어놓은건조대그한가운데발갛게자리잡은가을걷이.

오늘내마음이저채반에담긴구기자같이발갛고둥글게한가위입니다.

더도말고덜도말고한가위만같아라.

내마음의가을걷이가

해마다오늘만큼만풍성했으면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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