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쓸쓸함에 대하여

나락이모두논배미에눕고

텅빈들판으로가을도눕다.

은행나무아래로수북히쌓인은행잎에어리는그리운얼굴들.

그얼굴들을하나씩그려보는가을깊은하늘아래.

멀어진얼굴들이오도마니앉아세월에풍화되어낡아간다.

세월이지나온자욱마다에아련히잊혀져가는얼굴들.

먼단풍숲으로넘어가서는이내돌아올줄모르는인연들.

불러봐도아무도없는가을날.

멀어지는가을산으로안타까움에서성이는들판.

작은분교에앉아고개를숙여본다.

서로오오래잊혀진그대로묵묵히살아온날들.

오래닫고살았던마음한켠쪽문을살그머니열어본다.

앞만보고열심히달려온길.

어느덧뻐꾸기울던그산에는울긋히단풍이들고

더욱선연히솟아나는인연들.

빈고랑고랑마다에이리저리밟아넘어온세월들.

어드메쯤의인생고개를넘어가는것인지혼미하다.

높은봉우리골마다서리는회한.

아득히먼그날들에서나는어느만큼에와있는것인고.

멀리떠나온길에서다시묵직히언덕배기를올라서는마음.

지나간세월앞에미안해지는인연들.

골마다에어리어릿한심중.

가을함께잊혀졌다가는

가을함께스러져가는인연들.

이제는오도마니외딴집으로남은세월.

저녁연기나는마을길을가다가그길에서다시길을묻노니.

낟가리듬성듬성빈논에남아서있는들판으로

다시하나하나씩쓸쓸히멀어지는인연들.

지난날에있었네.

지금은가고없는

멀어져간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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