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자전거를탔다.
엉치뼈가욱신거렸지만
그렇게기분이가뿐하고상쾌했던적은이즈음들어서없었다.
자전거.아니자장구라는충청도고향사투리가더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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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의고무줄놀이를바깥마당에쭈그리고앉아바라
볼라치면별의별희한한노래가다동원됐다.
그중에는학교에서배운동요가대부분을차지했지만
가끔씩희한한노래도곧잘들을수가있었다.
애조가깃든"이순신장군"노래가단연으뜸으로불렸다.
그도저도심심해지면우리사내아이들은굴렁쇠를굴리면서
동네와건넛마을을돌아오는길을쭉나란히줄을서서
휘젓고다녔다.
쇠붙이로된자장구바퀴의굴렁쇠는동네에서딱한대였고
우리모두는물양동이밑테를떼어내서만든굴렁테를
수수깡을삼각형으로꺾어들고몰고다녔다.
수수깡이테를이은부분의굴렁쇠중간쯤을지날때의
"특..특.."하며단조로운소리가났었다.
신작로의자잘한돌멩이들속을요리조리피해가다의외의
돌무더기를만나면굴렁쇠는통통튀어올라휘청거리며비칠거렸다.
마을을한바퀴쯤돌아오면수수깡은다닳아서흐느적거렸다.
아무밭에나들어가밭둑에세워둔수숫단에서수수깡을
쑥뽑아새것으로바꾸곤했다.
"원숭이똥구멍은빨개,빨가면사과,사과는맛있어,맛있
으면빠나나,빠나나는길어,길으면기차,기차는빨라,
빠르면비행기,비행기는높아,높으면백두산.."
♬~백두산뻗어내려반도삼천리그놈을잡으려고올라가
다가쇠똥에미끄러져허리다쳤네,아이구얘야,걱정
마라,얼릉히난단다.~♪
어떻게전해져내려오는구전동요인지모르지만남자들은
굴렁쇠를굴리며여자아이들은고무줄놀이를하면서
해가지는것도모르게불러대며놀았다.
♬~김일성똥구멍을발기발기찢어서
모택동장가갈때뎀푸라나해주세~♪
헤이!!~
그중제일목소리높여고래고래부른노래가"김일성똥구멍"
였다.지나가던어른들도"허참,그놈들.."하며히죽이며
웃으시던노래였다.
끝소절의헤이!~하는대목에선모두가똑같이맞춰합창을해댔다.
몇마디없는단순한노래였건만해질녘까지수십번을반복해서
부르고다녀도싫증이나질않았다.
그당시에는뎀푸라가뭔지도모르고불러댔다.
지금에야흔해진음식이름이지만그당시에는감히
뎀푸라는커녕은꼬랑지도구경하기가불가능했던
촌구석의외진동네였다.
미술시간에그려대던머리에도깨비뿔을달고
입주위에는시뻘겋게핏물이흐르고눈이양옆으로쭉찢겨올라간
그공산당의우두머리괴수는우리어린악동들의
저주섞인굴렁쇠노래를알고나있었는지모를일이다.
자장구를처음으로배운건국민학교4학년때의일이다.
외삼촌께서다니러오시면꼭자장구를타고오셨다.
외삼촌이사랑방으로들어가면곧장장고개로끌고올라갔다.
안장위에선페달까지다리가닿질않았다.
한쪽페달에올라서서
미끄러지듯그아래방죽거리까지내달렸다.
옆으로스치는산과들이빙빙뒤쪽으로돌아나가고
양쪽귀볼로바람이휙휙스쳐지나면기분이그만이였다.
그날도자장구를숨이차도록장고개까지끌고올라가
신나게바람을가르며내달렸다.
헌데주막거리앞에서문제가발생했다.
동네에서[학자이서방]으로통하는규봉이아버지가
약주에거나하게취하셔서신작로가운데서서
그분특유의청산리벽계수를눈을지그시감고
양팔을이리저리내저으며멋들어지게읊고신작로가운데계셨다.
갑자기나타난장애물에브레이크를밟아볼사이도없이
이리저리비칠거리다가
그양반의한쪽어깨를살짝스쳐지나서어른키를넘기는
깊은논바닥아래로붕~날아떨어졌다.
질척한논이라서다행이다친데는없었으나자장구앞바퀴
가구부러져뒤틀렸고거울은깨져박살났고
그야말로엉망진창이됐다.
주막집바로앞쪽논이라서벼라별음식찌꺼기와
술찌기를내다버린곳이라서몸에서는쉰밥풀떼기며
술국건더기가들러붙어시큼털털하고고약스런냄새가났다.
너무놀라서울지도못했다.
절뚝거리며가까스로방죽가에앉아진흙이덕지덕지한옷가지며
피가맺혀쓰린정강이와팔뚝을닦았다.
그때서야이엄청난사태를수습할일이난감해지며
끅,끅,울음이터져나왔다.
저녁때는[학자이서방]그양반이이마에솜을잔뜩붙이고
집으로찾아오시는통에저녁밥도못먹고얼이쏙빠져나가도록
혼줄을치르며두번째의난리통을또겪어내야했다.
그노무솜뭉치에는왠노무빨간약을그리도많이발라놨는지
그날늦은밤이불속에서까지도놀란가슴이진정되질않아
콩콩찧는심장소리가내귀로확연히들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