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서정

선방에앉았습니다.

앞문을열어두고빈들판을무연히내려다봅니다.

그곳으로가끔씩구름이지나갑니다.

가까운숲에는뭇새들의지저귐이들려옵니다.

처음에는한두마리인듯하다가

더욱고요속에귀를기울이면여러종류의새소리가들려옵니다.

눈앞으로잠자리가날아와앉았다가고

들창으로가을볕이노랗게비춰들어옵니다.

이런고요속에는

바람결에낙엽떨어지는소리가들려옵니다.

바람이지나가는숲으로우수수지는낙엽과

새소리가가깝다가멀어졌다가합니다.

행복이란무엇인지요.

이렇게마음안뜰에서낙엽이지는소리.

새소리가득한숲의낮은소리.

더욱깊은고요로움으로지나가는구름소리를

아무잡념이없는마음으로듣는일이아닐런지요.

바로앞에서있는나무가고욤나무입니다.

어쩐일인지새들이앉질않습니다.

나뭇잎하나없이고욤만다닥다닥매달렸습니다.

아마떫은뒷맛이새들에게는맞질않는모양입니다.

눈을감습니다.

하늘높이비행기가지나가는소리도

이산방에서는자연의소리와어우러져고요롭습니다.

다시새들의지저귐이숲에가득합니다.

점심공양을알리는종소리가요사체에서들려옵니다.

씨래기돤장국에겉절이와무생채로

마음안에점하나를그렸습니다.

포만감은그많던고요속의아득한소리들을

멀어지게합니다.

선방을나섭니다.

새들도멀어지고

숲과도멀어집니다.

귀를닫습니다.

고욤나무에서투둑,열매가떨어집니다.

앞문을열어두고빈들판을무연히내려다봅니다.

그곳으로가끔씩구름이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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