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네전화를받고시계를보니새벽3시여.
술한잔한겨?
잘했다.
가끔씩술이라는음식도필요하단생각이여.
칼로가슴을에이듯가슴쓰린날이었구먼.
낮에손폰으로문자를받은네글한줄에서
네심중이보이더만.
왜안그렇겠냐?
건물을철거하며무너지는약국자리를보며
약국을운영하며지냈던
그요단강을건너간야속한네처와의
옛생각에
네마음도무너져내렸겠쟈.
어디마음뿐이것어?
동상아,
시방이도대체몇시냐.
새벽꿈을꿨어?
가끔씩꿈에서만나지더냐?
시방신새벽에깨어일어나휴지뭉치를쑤셔박더냐?
화장실에불도켜지않고문쳐닫고
아이들모르게물을크게틀어놓더냐?
머리카락보다턱수염이먼져하얗게표백돼가더냐?
밤내팔짱끼고창밖을응시하고있드냐.
해넘어가는쪽으로하냥없이걸어가고픈날이었더냐.
내가시방네게무슨말을한들네가슴이채위지것냐.
그려.
울자내사랑이다.
가슴가득우수만들어차는구나.
시방자는겨?
아님술하는겨.
술많이먹지마라.
너술지나치다싶은기색이면나한테진짜된통혼난다.
너한테화낼일이뭐가있것냐.
그노무술이란게사람하나무너뜨리기딱좋은음식이다.
그노무꺼로허물어져내려폐인으로살아가는生들많이봤다.
너만은그러잖을것을믿는다만
혹여조그만치라도그런기색이보이면내당장쫒아올라갈겨.
그때이형보고서운타마라동상아,
나도결단력은칼이다.
칼.
칼이도대체무엇이더냐?
마음의칼.
십수년전에
이외수의[칼]이란책을접했을때.
한강.
그래서부이촌동쯤의한강변이었다.
하루왼종일강물만바라보던날이있었다.
그날
글에
내마음을베었다.
시방의네심중에꽂히던칼.
그아픔을나는알것다.
그려.
이형이알고또동상이알고.
그렇게그리워하는그사람도저승에서알것쟈.
에쿠야,자판이도통뵈질않아못쓰겄다.
다음주말에내려온다구?
내려오면서반드시칼을가져오니라.
네게나도검도좀배워야쓰것다.
트럼펫일랑은산에올라恨으로내쳐불고
칼은마음에웃자라는회한을베어내야쓰것다.
이제이형
그만잘겨.
동상도잘자거라.
잠이올란가몰것다.
목젖이땡겨올라와환장허것다.
==========================================================
이제저녁먹고8시여.
좀전에[장자]를읽는도중에이런글이있더라.
이간단한글이왜그난해한장자의책속에있었을까.
참으로시사하는바가크구나.
좀전에
이글을입속으로되뇌이며해가뉘엿한산골짜기를휘돌아서왔다.
돌아오는귓가로네가불어주던트럼펫소리가환청같이들려오더라.
해가넘어가는산마루에올라한참을앉아있었다.
무슨생각을했겠느냐.
저녁을먹고엄니와거실에앉아옛노래를불러드렸다.
~~남몰래서러운세월은가고~~
그려.
남몰래서러운세월이가는구나.
트럼펫을들고어둑한새벽산길을올라
바람부는정상에서서불어보다가
한송이꽃속에흩뿌리던
네눈물한줌과바꿔버렸다.
폐부를헛돌아나오는벙어리트럼펫을안고
나도벙어리가되었다.
네집에가앉았을적에글쟁이친우가전화를걸어왔쟈?
글쎄.엄니지팡이를만들어놨다고가져가라는구나.
머..밤마실도다니시라고지팡이끝에작은후레쉬도장착한
전무후무한지팡이를만들었나보더구나.
그려.
어둠을헤쳐서한낮이오기까지밝혀줄
지팡이와등불이네게시방필요한겨.
동상.
우리말이다서로지팡이가되고등불이되어살자꾸나.
봄바람이아스팔트위에어지럽던너사는일산의
낙지수제비집넓은통유리창밖을무연히내다보던지난봄날.
흔들리는가로수길에서휄체어를밀고당겨주는사람들.
부유하는비닐봉지.
아파트옥상안테나.
쫒겨가듯흘러가는흰구름에마음을얹어봤었쟈.
가을이가는데
이제가을은가는데말이다.
가을이가면무엇하고.
꽃이진들무슨의미더냐.
폐부를헛돌아나오는벙어리트럼펫처럼
나도너같이벙어리가되었다.
그려.
울자내사랑이다.
추신:
지금[그러나나는살아가리라]라는유용주산문집을꺼냈다.
옛날에읽었던책인데다시읽는다.
이열치열같이슬플때는더욱슬플일이다.
택배로보내줄테니이책속에묻혀시름을잊어보거라.
그리고언제트럼펫과병행하여검도좀네게배워야쓰것다.
웃자란내마음을자꾸베어내야쓰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