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구름 흘러가는 곳
이른봄
제일먼저샛노랗게
꽃을피운산수유입니다
계절이세번바뀌고는
저렇듯빈가지가휘도록
산수유열매가달려초겨울이되었습니다
덧창을열고커피한잔할라치면
운동장이빠글빠글산수유나무근처에
새소리가득하니새들의잔치가벌어지곤합니다
쉬는시간가만가만다가서나무아래서보니
새들입맛에는맞지가않는지
새소리는학교담장밖나무에서만
이리저리포롱포롱날아다니며빠글댑니다
2교시내내심심파적으로산수유열매를봉지한가득땄습니다
나무가지를이리저리잡아가며고개를젖혀
하나씩손아귀안에담는일이
결코녹록치가않았습니다
가파른경사지에발이미끄러지고
낙엽이발목까지차올라발을헛디뎌
휘청거리기를몇차례한끝에봉지한가득수확하니
손이시럽기까지하면서2교시가끝났습니다
퇴근하며현관에서개선장군전리품처럼안해에게내밀었더니
입이함박만하게벌어집니다
음악을들을까
홀로행복한고민을잠시합니다
점심약속나갔던안해가급히들어왔습니다
나홀로심심해할까봐서둘렀지싶습니다
오봇하게짧은여행겸드라이브를나갈까
아님뒹굴방굴한가로움을즐길까
또다시행복한고민을둘이서잠깐하다가
날씨도꾸무레하니그냥집안에서뒹굴방굴하기로했습니다
깊은잠에들었다가깨어일어
초겨울이지나가는창밖을무연히내다봅니다
세월이많이지나갔습니다
지나간세월속에
슬픔도묻어놓습니다
기쁨또한저리지나가고나면
남느니저하늘가를흐르는구름이었습니다
어느세월에서는힘에겨웠고
어느한세월에서는슬픔과기쁨이
흰구름과먹장구름이교차하듯비껴서흘러갔습니다
흰구름둥실거리는날도
천둥낙뢰비구름가득하던어두운날도
이렇게지나고야말았습니다
저구름흘러가는곳에
이제쯤에는덤덤하게세월을보내는마음을알아갑니다
희끗희끗귀밑머리에도세월이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