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나폴리, 통영

휴일의새벽아침불현듯

먼남쪽바다통영港이그리웠다.

예정에없던여행은

여행지에대한기대와옅은설레임을갖게한다.

그래서예정에없이불현듯한여행을평소에자주떠난다.

안해와의견조율을거쳐

서둘러조반을먹고먼길을나섰다.

중부에서경부로올라서면서맑은햇살이차안으로들어왔다.

이른시각에길을나서니고속도로가한가하니

도로좌우풍광들을하나도빠짐없이느긋하게감상할수있어서좋다.

보면볼수록아름다운우리의山河.

호남고속로를올라서니

백두대간산맥들이울뚝불뚝힘차다.

잠시쉬어가는휴게소에

물레방아와육모정꼭대기에하늘이푸르르다.

언제나여행지에서는날씨에따라기분이많이좌우된다.

휴게소처마아래로건시감이주렁주렁매달렸다.

안해가사들고온건시감을입안에넣으니사르르감켜드는향기와맛.

운전내내간식으로무료함을달래는길.

금강을지나면서만나지는

높은산비얕아래넓고깊은강을따라형성되는오밀조밀한강마을.

스쳐지나가는강풍경들을바라보려니

먼여행길을떠나온길나그네의

나른한여수에젖어든다.

남쪽으로내려오면서

날씨와분위기가온화하고부드럽다.

한참을내려온이곳은

산비탈양지쪽이아직도봄날같다.

시누대아래에서

옅은피로감을씻을겸

뒷짐지고이리저리서성여본다.

눈부신햇살이쏟아지고고요히스치는청랭한바람한점.

가을을보내지못하고낙엽을떨구는단풍나무아래

지난가을의이야기가소복히쌓여간다.

무릎으로다가앉아

네잎크로버를찾아보는한가로움.

다시먼길을달려

당도한통영.

문학계에서제일존경해마지않는청마유치환님을찾아가는

청마문학관오르는가파른계단.

깎아지른돌담장에담쟁이넝쿨도이제사단풍이들어가고

따스하고온화한난류가여행자의볼을쓰다듬는다.

몇차례방문해도다시금새롭게옷깃을여미게하는청마의문학유품.

생가봉당과뜨락을거닐다가

문득유년의추억속에깊이들었다.

단아한사랑방으로

곱게개켜있는차렵이불위로

따습게쏟아지는햇볕.

그곳에는잊고살았던할머니가미소를지으시며

내게너른품을내어주셨다.

문학관을나서한적한길을따라가다가들어간미륵島.

외항선이정박한바다

동백꽃이반짝거리며피어나는바다

해안선이아름답게구비구비돌아가는바다.

이아름다운美港

통영앞바다.

누가이곳을[동양의나폴리]라고명명하였던고.

통영의산잔등이에는가을단풍이한창이다.

계절을거꾸로가는저풍경을

어찌그냥이야스쳐가겠는고.

길나그네의한가함으로올려다보고

또올려다보며

산구비를

돌아가는길.

갈매기와벗하여

한가하니고기를낚는강태공의무리

점점이떠있는뗏마선.

바다만큼푸르른하늘과

갯내음풍겨오는

해안도로.

차창문을모두열어두고

해안도로를달리며

가다서고

또한구비해안선을돌아

가다서기를몇차례.

이아름다운미륵도

도솔천이그어드메드뇨?

아름다운바다와

봄바람같이불어오는해풍과

바다한가득눈부시게쏟아지는銀波.

아름다운통영앞바다에떠있는

彌勒導.

꿈으로만

찾아헤매던

미륵세상이이곳이었다.

높은산구비를넘어가면서

눈앞에펼쳐지는仙景.

이곳에머물러한나절을보낼꺼나.

아니면다시해안선을따라가다가

한구비를넘어가는

야트막한산마루쯤에서

왼종일을앉아바다만바라보며살아갈까나.

돌아나가는해안선을따라가면나타나는

낮은파고고요속에아름다운

섬,섬,섬.

이세상천지간에하나뿐인미륵세상

미륵도.

導.

마을로들자

남쪽나라야자수옆에

붉게타는단풍나무가한창이다.

바다로연한트레킹코스를찾아내려가는

바닷가섬마을.

그길에는동백꽃이

소담스레붉게피어만발하고

채마밭으로는푸성귀상추가한창이다.

발아래로찰랑거리는파도소리.

안해와바닥이환히들여다보이는바닷가를거닐면서

살아감에대한소소한일상들을이야기하고

건강을이야기하고

사람사는깊이를

띄엄뜨엄이야기나누며

한가롭게거니는바닷가트레킹코스.

너른파도가넘실출렁방파제에부딪고지나가면

다시또찾아드는고요한바다.

외항선과관광여객선이지나가고

하얀돛대를세워

물위에한가로운요트.

저한가로운풍경화에그려놓은

바닷가하얀집.

길떠나온나그네의심사에

출렁이는여수.

그리고해안가모래톱에출렁이는파도.

하루종일고기를낚는강태공은낮술에취해파도만연신건져올렸다.

바닷가를산책하는발길을가만가만따라오는

아름다운통영의해안선풍광.

바다위로

갈매기자맥질하는항구에서

고개를숙이고먼데를그리워하다.

바다안쪽내항으로

요트들이정박해있는

방파제끝등대아래에서

안해와의트레킹코스는끝났다.

제법등까머리로땀이송글거렸다.

낯선남쪽바다에서의

오랜시간의부지런한트레킹은

새삼스레몸과마음을가붓하고산뜻하게했다.

아름다운저바다와

부드러운해풍.

저수려한통영앞바다의풍광을

그누가[동양의나폴리]라명명하였던고.

어느누가찾아와도안온한어머니품속같이보듬어안아주는통영.

그남쪽바다에

어스름녘황혼이찾아들면서

멀리떠났던배들이돌아오고

모래톱에부딪는파도소리낮아졌다.

다시길을바꿔해안도로를따라

한국의아름다운길로들어

박경리선생의기념관으로향했다.

예쁜해안가마을로

아름다운길이펼쳐지는바닷가해안선길.

그길을따라가다가

산을몇차례넘어서면

박경리선생님처럼얌전한산아래

기념관이자리잡고있었다.

육필원고지에배인따스함과

젊으셨을적의온화하신미소.

이팍팍한삶을

어찌살아내야하는지를가르치셨다.

소설창작을하시고

밭을일구시고

깊이있는삶을살아가시려

한순간도思考를멈추지않으셨던선생님.

쉬는틈틈이땀을흠씬흘리시며

몸을채찍질로담금질하시며

치열하게열심히

살아내신한생애앞에

조용히머리를숙여본다.

이제돌아갈길은천리.

아름다운통영을뒤로하고

저물어가는고속도로에올라서니

한낮의장대했던산맥들이어둠속에들려고한다.

어둔밤길

고속도로상에서

오늘의아름다운여행길을돌아본다.

새벽아침떠나온길에서

높은봉우리마다에쌓인

흰눈을바라보며달려가는길에서

바닷가아름다운해안선을따라넘던길에서의

이아름다운여정.

우리네삶도저와같으려니…

우리모두는

열심히그리고

아름답게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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