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겨울바다

어둑하니

새벽길을나서서

횡성쯤에서아침이밝았습니다

양떼목장으로들어가려다가말고

칼바람이볼을스치기에풍력발전기앞에서

폐부깊숙히파고드는청랭한바람을맞았습니다

오랜만의겨울바람앞에서니

귀까지시려왔습니다

저아래가강릉쯤인지요

이런풍경앞에서면

멀리잊고살아온사람들이

문득간절하게보고파지곤합니다

다시길을짚어

주문진겨울바다로향합니다

높은태백준령을내려서니

포근하니바람도없이따스한기운마져감돕니다

주문진에당도하니파고는높아

파도소리가참시원합니다

어둑한새벽

먼길을달려와바다앞에섰습니다

방파제멀리

등대끝으로수평선이가물가물멉니다

겨울바다를보려고찾아온사람들의무리와

한가로운겨울바다풍경을내려다봅니다

바위에서서파도를맞습니다

멀리수평선에서달려온높은파고가

우렁차게포효를합니다

포말로부서지는파도를

무연히바라봅니다

살아가면서가끔은

가슴속시원한바다에마음을담궈살아야겠습니다

이리저리부대꼈던

마음속작은찌꺼기조차도남김없이

하얗게부서지는포말위에씻겨보낼일입니다

방파제안쪽내항으로드니

바다와건너편마을이겨울햇살아래고요롭습니다

바다가보이는횟집2층에자리를잡고

하염없이바다만바라봅니다

가만귀를기울이며

파도소리들려오는창가에앉으니

갑자기졸음이쏟아지기시작합니다

회한접시에바다한접시

한치회에초고추장찍어바다한접시

넋놓고바다만바라보다가또바다한접시

창아래남실거리는

파도와수평선을턱괴고바래다가

뒷짐지고느릿하니선창가로나갔습니다

바다위를나니는갈매기도

한가로운날

괭이갈매기가깝게머리위를한바퀴돌아

먼수평선쪽으로날아가는선창街

귀항하는배에서내려지는그물망

그리고그를기다리는갈매기

그물가득한물고기를싣고

어시장으로향하는트럭적재함의豊漁

생선몇마리구워놓고

두런두런막걸리한잔기울이며

밤새고단했던심사를달래는어부의표정

그물에서방금내린물고기들을다듬는

어촌아낙들의분주한손길

넓은바다를안고

부지런한삶을살아가는풍경입니다

하얀등대와방파제

그위를낮게나니는갈매기

비릿한선창가갯내음을남겨두고

보고파했던바다를뒤로하려니아쉬움이남습니다

돌아오는고속도로에서

늦은저녁해를만나눈이부십니다

강원도어드메쯤에서

산아래외딴집을만났습니다

갑자기여행자의마음이쓸쓸해집니다

대관령을넘는산비얕

행렬을지은나목들사이로

차가운겨울바람이불어내려옵니다

어느산간마을쯤에서

산등성이멀리풍력발전기돌아가고

외로운산골마다어둑어둑산그늘이집니다

먼산으로

느릿한

저물녘

첩첩으로멀어지는산

그넘엇산으로

희끄므레멀어지는그리움

차마

그리움들을

첩첩산저편에남겨두고

산을넘고또넘었습니다

가슴에

붉은노을한자락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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