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둘러메고훌쩍,겨울산을향하다

잔설이남아있는산아래밭고랑에는한달남짓남은입춘을맞을채비로뽀얀흙이오소소무너진다

우측으로신대리마을을버리고높은봉우리를향하여산등성이를올라챘다

소나무둥치사이로금빛으로쏟아지는겨울빛

응달잔설에는산짐승의발자국이나목들이쓰러지듯깎아지른골짜기를내려간다

어떤발자국은사람을피해겨울산깊숙히들어가고서는돌아오지않았다

칼바람솟구쳐올라오는능선을지나고더높은봉우리를바라보며묵묵히걷는안해

산똘뱅이우정산악회가우리를앞서갔다보다

용이승천하다가잠시쉬어가는모양을한형상을보며생각하니올해가용의해

금북정맥을탈꺼나아님한남정맥을타고넘어갈꺼나

양대정맥분기점에서잠시서성이다가오늘은가지않은길로올라본다

만장같이휘날리는전국산꾼들의표식이울긋불긋

산객들의새해포부를읽는듯하나씩눈길을주어본다

지난한해를지나와서새해를맞는새마음으로잠시서서내지나온그림자를바라본다

앞서걷는안해의뒷모습에서지난한해의고마움과측은지심을읽는다

사방이확트인정상헬리포트에서심호흠을크게해보며호연지기를생각하며

멀고도기진했던먼험로에서지나간세월들을반추해본다

산을내려와

어머니방을정리하다가

당신께서50년간사용하셔서

갈피마다이리저리너덜거리는성경책을

정성껏다독거려청테이프로간신히갈무리하여

촛농이빼곡한예수님고상아래놓아드리고나오다

방문을살며시열어보니

습관적으로돋보기를쓰시고

성경책을펼쳐한자씩읽으시는풍경

이제치매에깊이드신

어머니손때묻은

한권의성경책

어머니의백발같이

하얀잔설로남은여든여덟구비

겨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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