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며칠남지않았다.
가마솥에시루를얹어가래떡을뺄요량으로
아침일찍흰쌀로떡쌀을앉히고
시루째담요로둘러지게에지고일꾼송삼이아저씨는방앗간으로향하셨다.
방앗간마당에서부터신작로미루나무아래까지나랩으로늘어놓은
삼동네떡살행렬이길게꼬리를늘어뜨렸다.
토끼털귀마개를하고도귀가떨어져나갈듯시려왔다.
방앗간안에는피댓줄이겁나게우렁거리며돌아갔고
옆사람말소리도크게질러야들릴정도로방아간기계소리는
괴물같이나를덮쳐왔다.
그래도떡가래를뿜어내는기계틀앞에물을가득담은큰자박지를놓고
연신하얀가래떡을뽑아내고있었다.
아직우리차례가돌아오려면한참멀었다.
방금나온떡가래에서김이모락모락오르면서
목젖이떨어질지경으로허기가졌다.
저너미진형이네떡가래가나오는지진형이가긴가래떡을입에물고
허겁지겁꾸겨넣듯먹고있었다.
진형이엄니께서손으로뚝,가래떡을끊어서내게주셨다.
햅쌀로지은떡가래는고소하고쫀득이는맛이뱃속까지구수하니
너무도맛이있었다.
아침나절이돼서야우리집차례가오고
놋양푼가득넘치도록가래떡을뽑아서다시송삼이아저씨지게에실려
집마당으로들어서자마자엄니는김이모락거리는떡가래를
접시에담아종재기가득조청과할아부지계신안사랑으로내가셨다.
할머니는일꾼아저씨들이새끼꼬고가마니를짜는
바깥사랑방에가져가라고주면
사랑방멍석자리에불티구멍이나면서질화로에고구마함께가래떡을
구워내환상의맛을보여주곤했다.
바깥마당으로는눈이녹지않아뚫어진문창호지문틈으로
사정없이들어오는황소바람에
아랫목군용모포담요로내발을깊이디밀곤했다.
허면엄니는막걸리와김치를들여놓으셨고
일꾼아저씨들은낮술에취해목침을베고드르렁!~드르렁코고는소리에
완자무늬천장도배반자가들썩거리곤했다.
그옆에함께누웠다가잠이들어버린나는
천장을돌아다니는쥐들의발소리에선잠에깨어일어슬그머니
안방으로건너와다시저녁까지긴잠에어슬어슬취하곤했다.
어제안해가댕기는붓글씨서당에서책꺼리를하면서
가래떡과흑임자인절미와식혜를가득담아왔다.
가스렌지오븐에넣고구워내니
옛날화로에넣었다가꺼낸듯노릇노릇구수하니
커피한잔을곁들이니환상적인가래떡맛이그만이었다.
잊었던옛날입맛을음미하면서포만감에젖어
먼유년의행복했던시절에서
손주들에게한없이자애롭던할머니를생각했다.
할머니가계시고
질화로에청국장이끓어넘치고
가래떡에조청을감아먹고
바깥사랑방일꾼들틈에서귀여움을독차지하면서
밤이면고구마묻어놓고
나이롱뻥을치는일꾼아저씨들의수런거림의등뒤에누워
쇠죽을끓이느라쩔쩔끓는아랫목따순기운과
매케한담배연기속에스르륵잠이들곤하던그유년시절이
구수한가래떡미각에섞여
아련한세월저편에서
슬그머니내곁으로다가앉는다.